[CoverStory] 외국 쌀, 생각만큼 안 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2006년 3월. 서울의 한 수퍼마켓. 쌀 판매코너에는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낯설었던 미국 캘리포니아산 칼로스.그린 쌀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산 칠하원, 일본의 고시히카리 등의 수입 쌀이 국산 쌀과 함께 진열된다. 여기에 안남미로 불리는 태국산 장립종 쌀도 눈에 띈다. "어느 쌀을 골라야 할까." 소비자들은 본격적으로 수입 쌀과 국산 쌀의 경쟁이 시작됐음을 실감한다'.

수입 쌀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밥 짓는 쌀용으로 팔리는 내년 3월부터 전국의 쌀 판매코너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느 나라 쌀이 들어오나=내년 3월 처음으로 밥 짓는 용도로 수입되는 외국 쌀은 2만2557t. 20㎏짜리로 환산하면 113만 부대다. 2004년 1인당 쌀 소비량이 81.8㎏인 것을 감안하면 27만5000여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연간 쌀 소비량의 0.5% 수준이다.

밥 짓는 용도로 수입되는 쌀은 매년 늘어 2014년에는 연간 소비량의 3% 수준인 12만2600t에 달한다. 그동안 한국에 쌀을 수출한 미국.중국.태국.호주 등이 쿼터를 배정받아 자국산 쌀을 우선적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다. 일본은 쿼터가 없지만 공개입찰을 통해 한국에 수출할 수 있다.

?밥맛과 품질은=중국.미국.일본산 쌀은 국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중단립종인 자포니카 품종이다. 쌀알의 길이가 짧고 밥을 지은 뒤에 찰기가 생기는 품종이다.

미국산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칼로스와 그린이 대표적이다. 중국산은 지린(吉林).랴오닝(遼寧).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서 생산되는 쌀이 유명하다. 일본산은 '고시히카리' 쌀이 많이 알려져 있다.

태국 쌀은 쌀알이 벌레 모양으로 길고, 찰기가 없어 바람에 날리는 장립종(안남미)이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설다. 그러나 동남아 음식 전문 식당 등에서는 많이 쓴다.

품질은 국산 쌀과 수입 쌀이 엇갈린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쌀의 품질지수인 '완전미율'이 2004년 기준으로 국산 쌀은 86.8%인데 비해 일본산 93.2%, 미국산 87.4%, 중국산 83.8%로 나타났다. 완전미율로 따지면 국산 쌀이 중국산과 일본.미국산의 중간이라는 얘기다. '완전미율'이란 재배한 쌀 중에서 쌀 모양이 정상적으로 나온 비율이다. 일부 깨지고 찌그러진 게 얼마 포함됐는지 비교하는 잣대다. 밥맛은 국산 쌀이 우위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작물감정원이 지난해 쌀 맛 검정 전문 패널 12명을 대상으로 각국의 고품질 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밥맛은 일품벼(국산)>고시히카리>호주산>중국산 등의 순서였다.

?가격은=정부는 소비자시판용 수입 쌀에 수입이익금(mark-up)을 부과해 국내산 쌀과의 가격 차이를 줄일 계획이다.

농림부 김영만 식량정책국장은 "수입이익금 부과는 국내외 가격차를 줄이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인정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촌경제연구원이 수입 쌀에 수입이익금을 붙여 가격(20㎏ 기준)을 산정한 결과 수입 첫 해에 미국산은 4만3400원, 중국산은 4만1100원으로 분석됐다. 국산은 현재 4만1800~5만3700원 수준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김명환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산 고급 쌀보다 값이 약간 싼 미국 쌀은 일반 소비자가 구입하고, 국산 쌀보다 값이 싼 중국.호주산은 식당 등에서 찾으면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