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명인, 일 아사히신문에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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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치훈 명인은 24일자 일본 아사히 (조일) 신문의 "자녀와 나" 라는 칼럼을 통해 1남 1녀를 가진 아버지, 그리고 오랫동안 일본에서 생활해온 한국인으로서의 느낌을 밝혔다.
올해 27세인 조 명인은 부인 「소가와·교오꼬」 (주천경자·34)와의 사이에 딸 마도화 양 (5) 과 아들 안마 군 (3) 을 두고있다.
다음은 칼럼을 요약한 것이다.
나는 6살 때 일본에 왔으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사리지지 않는다. 애들은 한국적이긴 하나 일본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애들을 한국식으로 키울까, 일본식으로 키울 까는 별로 따지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의 시대는 세계 단위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딸 마도화는 3살 때부터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아저씨에게서 바둑을 배우고 있다. 특별히 프로 바둑기사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글씨를 배우고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은 혼자 편지를 쓸 수 있을 정도까지 됐다.
수영교실에도 보냈으나 좋아하지 않는 것 같고 테니스도 별로다. 그 대신 책을 읽거나 글씨 쓰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애들에게 남겨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것저것을 시켜보아 그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피아노나 바둑도 재능은 없는 것 같은데 바둑은 아마 초단이나 3단 정도로 취미 삼아 해주었으면 싶다. 앞으로의 시대는 취미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안마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사내아이이므로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 국적을 갖고 있으면 다소의 핸디캡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것을 극복하는데는 그 사람의 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 나는 이점에서 덕을 보고 있으나 능력이 없었으면 양쪽 (한국과 일본) 에서 이래저래 말이 많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인생이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다. 따라서 무언가 자랑할 만한 것을 갖고 그것에 자신을 불태울 필요가 있다.
예의범절은 일반상식의 범위 내에서 가르치고 있지만 원래 애들의 예의범절이란 부모가 하는 것을 보고 배우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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