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노래 "마음이 있고 호소력 풍부"|일전문가들, 일본서의 폭발적인 인기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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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용필의 노래, 그중에서도『돌아와요 부산항』이 일본에서 날이 갈수록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샐러리맨들은 퇴근길에 산토리 위스키 몇잔마시고 가라오께(반주만 들어있는 카세트테이프)에 맞추어 노래 몇곡 부르는 것이 풍습처럼 돼있다.
그 샐러리맨 사회에서 요즘은『돌아와요 부산항』을 못부르는 사람은「노래부를 줄 아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것도 1절은 원어(한국말)로, 2절은 일본말로 부를수 있어야 어깨를 편다.
술좌석 대화에서도 조가 언제 일본공연을 갖는다는 정도는 미리 알고 있어야 얘기가 통한다.
조용필이 22일 동경의 NHK홀에서 가진 두차례의 공연은 4천여 객석이 초만원을 이루었으며 표를 못산 팬들의 문의전화가 많아 주최측인 CBS소니가 즐거운 비명을 올렀다.
일본TV, 후지TV, TBS 등 민간방송들이 매주 실시하는 인기가요 베스트텐에는 으레 『돌아와요 부산항』이 5∼6위를 차지하고 있다.
조용필의 노래가 인기를 모으자 일본가수와 레코드회사들이 다루어 그의 노래를 취입, 그동안 13개 레코드회사에서「부산항」판이 나왔으며 7명의 일본남녀가수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 조용필 붐이 일고있는 이유에 대해 일부에서는 프러모터인 CBS소니의 PR작전때문이라고 차가운 눈으로 보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의 가수로서의 기량이 뛰어난데다 일본에 좋은 가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나아가 외국의 노래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자세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일본예술대학의「고시마·요시꼬」(소도미자)교수는 조용필의 노래에 마음(심)이 있고 전달의 기술과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 평하면서 현재 일본에는 조와 같은 타이프의 노래를 부를수 있는 가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무슨 노래든 소화할수 있다는 점에서는 「미소라·히바리」가 비슷할지 모르나「미소라」는 스스로 노래를 만들거나 편곡할수 없다는 점에서 조용필을 따르지 못하며 감각이 전체적으로 이미 낡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조의 노래가 최근에 와서야 빛을 보게된데는 일본인들의 심리저변에 깔려있는 차별의식이 적지않게 작용했으며 제동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가 일본에 처음 왔을때만해도 이성애같은 여자와는 달라 은근히 냉대를 받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으로 취급하려는 움직임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조가 일본노래를 부르면서 거기에 자신의 노래를 섞어가며 접근한 것이 주효,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 환영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시마」교수는 또 과거 구미음악에 기울었던 세계 음악의 조류가 최근에는 각기 자기 민족의 고유음악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이런 경향이 자기 노래와 공통점이 많은 이웃나라의 노래를 받아들일 소지를 만들어 주고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연가인『북국의 춘』이 최근 중공을 비롯, 동남아각국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이며 구미노래가 아닌 아시아인의 노래가 아시아국가들 사이에서 교류되는 것이 하나의 새로운 경향이라고「고시마」교수는 강조했다.
『부산항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창구였다는 역사적 사실도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러나「돌아와요 부산항」을 부르는 일본인들은 가사의 내용까지는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고시마」교수는 분석했다.
『일본인의 마음과 연가』를 펴낸「니시자와·소」(서택협·일본작사가협회부회장)씨도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가사내용을 모르고 부르고 있다고 했다.
「니시자와」씨는 일본 연가의 특징이 감상적이라는 점을 들고 조용필의 노래가 이같은 일본인들의 감상취향을 사로잡고 있다는 의견을 폈다.
2차대전 전에는「아리랑」이 크게 유행했고 전후에는 이성애의「가슴아프게」가, 그리고 지금은「돌아와요 부산항」이 인기를 끌고있는데 이 노래들이 모두 감상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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