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민중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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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피의 꽃잎』은 최근 국내의 한 출판사에 의해 간행된 케냐의 작가 『은구기와시옹고』의 장편소설이다. 74년에 제3세계 최고의 문학상인 「로터스」상을 수상한 「시옹고」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민중운동가이기도 한데, 케냐당국에 의해 투옥된 적도 있으며, 초년에는 몸담고 있던 나이로비대학으로부터 쫓겨나기도 했다. 그후 그는 구미의 여러대학으로부터 교수초빙을 받았지만 『케냐민중과 함께 있겠다』는 이유로 이 제의들을 뿌리쳤다고 한다.
이땅의 민중문학이 그렇듯이 아프리카민중문학의 대표적인 이작품 또한 케냐민중들의 절실한 생활상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19세기말 서구열강의 식민지로 전락한 이래 오랜기간의 해방투쟁 끝에 1963년에야 신생조국을 건설했지만, 대다수 민중들의 염원과는 거리가 먼 선식민주의 정권이 들어서서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국토와 자원을 백인들에게 내주고 그 댓가로 몇몇 소수층이 독립의 열매와 국가의 부를 독점해 버린다.
근대화가 아프리카의 민중들에게 가한 엄청난 충격과 수탈의 의미를 캐묻는 것이 이소설이 갖는 진정한 의의의 하나다.
소설의 무대인「일모로그」는 아프리카 횡단도로가 닦이고 문화관광센터라는 괴상한 이름의 개발본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가뭄에 시달리고 비를 기다리는 평범한 농촌에 불과하지만, 내 땅과 농업이 엄연히 있는 자력갱생의 마을이었다. 그러나 횡단도로를 통해 들어온 외국자본과 그 하수인인 문화센터가 은행을 앞세워 농민들의 토지와 마을을 단숨에 삼켜버리고 거기에 신일모로그라는 개발도시를 세운다. 독립이전에 백인들의 코피농장에서 땀 흘리던 농민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 백인자본이 세운 양조회사에 가서 노동을 판다.
땀 흘리는 민중들의 자기당과 거기서 생산된 부로부터의 철저한 소외다. 그러나 소설은 절망에 도전하는 케냐민중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신청변「카레가」와 그의 노동동료들이 그들인데 그들의 희망은 이 모든 질곡을 깨뜨리고 새로운 케냐를 바로 그들의 땅위에 그들의 깨끗한 손으로 세우는 것이다.
소설의 후반은 그러한 감동적인 투쟁 장면들로 가득차있다. 진정한 민중문학이란 무엇인가. 자기 땅의 민중들의 염원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문학일 것이다. 정체불명·국적불명의 대중소설들이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신문·TV에 오르내리며, 그렇지 않아도 생활에 지친 민중들의 의식을 더욱 피로케하고 있는 요즈음, 제3세계의 한 작가가 제시한, 이 세계의 진실에 대한 고통스러운 질문앞에 우리 모두는 한번쯤 맞서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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