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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교육열, 국가발전 동력으로|이돈희교수, 우리교육의「자생적 발전」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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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교육의 자생적 발전의 길을 모색하는 작업은 오늘의 싯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돈희교수(서울대·교육과)는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노력을 추구해왔다. 이교수의작업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벌이고 있는「자생적발전」(endogenous development) 연구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다.
「자생적 발전」개념은「발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제 경제성장이 발전의 전부라고 믿는 사람은 없게 됐으며 세계각국은 지금까지의 서구식 발전모델에 대한 무비판적 의존에서 탈피, 또다른 발전양식의 탐색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발전은 무엇보다도 각국의 독자적인 사회구조와 문학가치에 적합한 현상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공동체 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같은 문제인식에서 각국이 자국의 사회 문화적 특성에 보다 관심을 갖고 스스로의 발전잠재력을 발견, 키워나갈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자생적 발전」개념을 제시한바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오는 30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한국사회과학연구협의회와 공동으로「한국사회의 자생적 발전」을 주제로한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선 정치·경제·사회·예술·종교·교육과학기술분야별로 우리사회문화작 가치체계에 적합한 발전양식의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이교수는 우리 교육의 자생적 발전의 가능성을 모색하면서,『어디서나 순수한 자생적 발전의 요인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사회가 개방성을 지향하고 있는 한, 순수한 전통적 요인이 현대적 발전의 조건을 만족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교수는『오히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것에 대한 반성적 판단을 통해 자율적 발전의 의지를 형성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자생적 발전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며 전통적 요인은 그만큼 자생적 발전의 배경이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교수는『교육은 결코 현실적 조건이 쾌적하기를 기다려 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지적, 교육은 오히려 주어진 조건과 더불어 시작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자생적 발전동력의 원천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으로서 몇가지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교육의 대중화 경향과 교육열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조직,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동원하느냐 하는 점이다. 오늘날 교육의 대상은 대중화됐으나 그 성격과 내용은 여전히 귀족주의적이다. 귀족주의적 교육의 유산인 어려운 수학교과, 대중의 현실적인 생활정서와 거리가 먼 예능교과 등이 모두에게 구별없이 강요되고 있다.
교육열이 태우고 난 잔재에 불과한 다수 낙오자들은 자신과 사회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을 잃고 만다.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귀족주의적 교육의 보수성으로부터 대중의 교육열을 폭넓게 만족시킬수 있는 실용적 교육에로의 점진적 확대를 모색하는 일이다.
다음 계층구조의 재편성에 교육이 중요한 결정요인이라면 학력주의가 지배하는 교육의 경쟁질서를 어떻게 확립하느냐 하는 점이다.
교육을 적게 받은 사람이나, 교육경쟁에서 낙오된 사람이 사회적 지위와 계층획득에 불리한 상태라면 다른 보상적 수단이나 대안적 생애의 선택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이때 여러 모습의 경쟁형태, 즉 학력주의 일변도가 아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다원적 경쟁체제를 제공하면 고학력의 외곬으로만 치닫는 파열경쟁력은 여러 통로로 분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교육에서 불가피하게 대두되는 관료체제가 지향해야 할 원리를 모색하는 일이다.
이교수는『한국사회는 규모도 작을뿐 아니라 구성에서도 동질의 단일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교육의 점진적 발전을 의한 자생적 원리나 이론의 개발에서 탁월성을 보인다면 어느 사회 못지않게 「교육의 건강」을 회복하기가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한국교육의 과제, 특히 계층구조의 계속적인 재편성을 위한 교육경쟁질서의 원리를 확립하는 일은 한국의 사회와 교육에 정의의 개념을 명료화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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