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11월 9일 9명의 장교는 박정희 소장 집에 모였다. 신당동에 회합한 혁명동지들은 정군과 구국을 위한 혁명을 다시 확인하고 거사를 위한 동지의 조직에 전력하기로 서로를 격려했다.”
63년 8월 30일 발행된 책 『한국군사혁명사』(사진)는 박정희와 육사 8기생 간 거사 모의의 시작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이 책은 2권, 총 2500쪽으로 돼 있다. 박정희 군사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발간사를 쓴 정부 공식 간행물로 5·16 연구 때 빼놓을 수 없는 원전이다. 5대 대통령 선거(63년 10월 15일)를 앞두고 최고회의가 5·16의 정당성과 군사정부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펴냈다. 편찬위원장은 장경순(육군 소장) 최고회의 위원, 5·16을 다룬 ‘군사혁명의 전모’ 장의 집필자는 이낙선 의장 비서였다.
이 책은 박정희 소장이 김종필·김형욱 등 육사 8기생 장교 9명과 60년 11월 9일 혁명 계획을 확인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때부터 박정희 소장을 지도자로 하는 혁명 준비가 본격화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JP에 따르면 이는 지어낸 이야기다. ‘11월 9일 박정희 소장 집 회동’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JP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엉터리야. 61년 2월 19일 이전엔 박정희 소장하고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어. 여차하면 ‘박 소장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하니까, 일절 연결을 안 하고 있었지. 동지들한테 박 소장을 소개시킨 건 나중이야.”
한국군사혁명사는 JP가 1차 외유(63년 2~10월)를 떠났던 시기에 작성됐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5·16을 주도했음을 강조하기 위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넣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