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테러를 편드는 북한의 비이성적 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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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에 대한 북한의 망발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급기야 살인미수범 김기종씨를 안중근 의사에 빗댔다. 조평통은 어제 “미제의 전쟁 책동을 반대하는 의로운 행동이 테러라면, 일제의 조선 침략을 반대해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을 처형한 안중근 등 반일 애국지사들의 의거도 일본 반동들이 모독하듯이 테러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이어 “(김기종이) 정의의 세례를 안긴 데 대해 종북세력의 소행이니, 배후 세력이니 떠들어대는 것은 사대매국적 반통일 대결적 망동”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리퍼트 대사 습격 이유로 2일부터 시작된 한·미 군사훈련(키 리졸브) 반대를 들었다. 조평통 반응은 김씨의 공격을 정당화해 남-남 갈등을 부추기면서 김씨와 북한과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씨의 야만적 행동을 편드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김씨의 배후가 있는지 여부는 우리 수사 당국이 밝혀낼 일이다.

 북한은 사건 직후부터 김씨를 옹호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이 사건은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범행을 두고 ‘정의의 칼 세례’라고 했다. 전 세계가 김씨의 공격을 규탄하는데 북한만 김씨를 두둔하고 있다.

 외교사절 공격을 감싸는 북한의 태도는 용납될 수 없다. 거꾸로, 만약 평양에서 외교사절이 피습돼도 북한은 정치 논리만 내세울 것인가. 북한의 비이성적 행태는 적잖은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관계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의회에서 일고 있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에 힘을 보태줄 수도 있다. 남북관계에도 걸림돌이다. 남한으로선 당분간 북한과 자리를 마주하는 게 부담일 수 있다. 북한은 세계의 상식, 보편적 규범과 엇가는 행보를 계속하면 외교적 고립만 깊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