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즉석 면접 … 우리은행 공채 54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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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금융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열린 채용’이 대세다. 이력서·자기소개서·면접으로 이어지는 고전적인 채용방식 대신 새로운 기법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위(We)크루팅’ 제도를 도입했다. 인사담당 직원들이 본사에서 지원자를 기다리는 대신 전국을 돌며 채용설명회를 하고 현장에서 곧바로 면접을 본다. 지난달 16일부터 개인금융서비스직군 신입행원 공채를 위해 서울, 용인, 대전, 부산 등 4개 도시를 순회했다. 지원자 1000여명이 현장에서 즉석 면접을 봤다. 학력, 전공,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뽑은 이번 공채에는 8000여명이 몰려 경쟁률 54대 1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2013년부터 공채 때 ‘자기 PR대회’를 열고 있다. 4분간 자유롭게 자신을 홍보한 지원자 중 우수자 500여명을 뽑아 서류전형 우대 혜택을 준다.

 이 같은 채용 방식의 전환은 ‘탈스펙’ 열풍과 맞물려 있다. 신한·우리·KB 등 주요 은행들을 포함해 서류전형에 금융관련 자격증과 어학성적 기입란을 없애는 건 이제 당연한 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이공계 우대’도 큰 변화다. KB국민·하나·기업은행 등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채나 인턴 모집 전형에 이공계 우대 조건을 삽입했다. 우리은행도 정보기술(IT) 관련 전공자·프로그램 언어 능통자를 우대한다. 기술금융·핀테크·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이해 능력을 강조하는 현장 분위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뱅크월렛카카오·삼성페이의 등장 등 지급결제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도 이공계 출신에 대한 금융권 수요를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채용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모바일·온라인 등 비대면채널 영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신규인력 수요도 줄어들었다. 올해 신한·국민·우리은행은 예년과 동일한 수준(각 200~300명)으로 신입행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하지만 통합이 불발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채용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상하반기 각각 200명 규모를 뽑는다. 하지만 지난해 540명으로 취업문을 넓혔던 농협은행은 채용규모를 일부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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