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중동서 큰 우물 찾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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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송식 대표가 다음달부터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할 전기분해식 정수기(오른쪽)와 공기청정기의 성능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내에서 오로지 고객의 입소문에 의지해 정수기를 팔아 온 ㈜한우물 의 강송식(67) 대표가 오랜 꿈을 이뤘다. 최근 한우물이 독자 개발한 전기분해식 정수기와 '하늬' 공기청정기를 사우디아라비아 무역회사인 압둘 마제드 자란에 공급하는 계약을 해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넓한 것이다.

다음달부터 5년간 압둘 마제드 자란에 공급할 정수기 물량은 45만대다. 지난 20년 동안 한우물이 국내에서 판 정수기(4만대)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한우물이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 조립 생산라인이 들어 설 1500여평 규모의 공장을 확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 대표는 "물이 귀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바닷물을 담수화한 수돗물을 쓰기 때문에 물 맛이 형편없고 '사 먹는 생수가 기름값보다 비싸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샘플을 써 본 몇몇 유력자들로부터 '이게 과연 수돗물 맞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기 까지 현지 교민의 중계역할이 컸다.

국내에서 한우물 정수기를 써 본 뒤 현지 업체에 이를 소개한 것이다. 한우물 정수기는 지난해 FDA(미국 식품의약국)에 의료기기로 등록해 안정성이 입증됐다.

한우물은 지난해 개발을 완료한 공기청정기도 사우디아라비아에 팔기로 했다. 처음엔 사막 한가운데 있는 나라라 공기청정기가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현지에 다녀 온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는 것이 강 사장의 설명이다. 조금만 창을 열면 48℃의 열풍이 밀려 들어와 항상 모든 문을 닫고 24시간 에어컨을 켠 채 생활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밀폐된 공간에서 강한 향이 나는 음식을 즐겨먹고 카펫 먼지에 시달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가정에서야말로 공기청정기는 필수품"이라는 사실을 강조, 향후 5년간 90만대를 공급키로 했다.

한우물의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는 압둘 마제드 자란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뿐 아니라 인근 중동 국가와 북아프리카, 동유럽 등 28개국으로 팔리게 된다.

강 대표는 "우리 정수기의 우수성을 세계시장에 전파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우물은 창업후 20년동안 대리점을 운영하지 않고 있고 영업사원도 뽑지 않는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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