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 경력직 노크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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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인사담당자들 우린 이걸 본다

입사한 지 3~5년차에 접어든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회사 밖을 내다보게 된다.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연봉이 얼마까지 올랐다는 옛 동료 이야기에 괜히 이 기업 저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기도 한다. 혹시 헤드헌터에게 연락이라도 오지 않을까 전화통을 바라본다. 대부분 외국계 기업의 경우 경력자를 뽑을 때는 외국어 실력뿐 아니라 각 기업 고유의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그동안 다녔던 직장의 평판도 중요하게 여긴다.

매년 경력직을 많이 뽑는 외국계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에게서 업종별로 구체적인 채용 방식과 선호하는 인재상 등을 들어봤다.

김필규 기자

정보기술
토익보다 영어 면접 비중

한국IBM 인사부 이혜진 차장

정보기술(IT)분야의 경력직 채용에선 '어떤 직장에서 일했느냐'보다는 '어떤 일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IBM의 경우 비즈니스컨설팅.IT서비스.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있어 각각 이에 맞는 경력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보통 신입 공채는 하반기에 실시하지만 경력직은 수시로 뽑는다. 인력 충원이 필요할 땐 우선 회사 내부에서 해당 업무에 관심 있는 직원을 찾아 배치한다. 내부 충원이 어려우면 홈페이지(www.ibm.com/kr)에 모집 공고를 내고 경력직으로 충원한다. 헤드헌팅업체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채용은 '서류 전형-필기시험-면접 및 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되며 필기시험으로 미국 본사에서 개발한 적성검사를 본다. 토익 점수를 제출해도 되지만 반드시 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영어 실력은 면접을 통해 측정한다.

금융
팀워크 - 윤리의식 중시

푸르덴셜생명보험 경영지원본부장 고태훈 상무

직무별로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선호하는 경력자가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실제로 그동안 입사한 경력직을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이 왔다. 그러나 외국계 회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자사의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푸르덴셜은 신입뿐 아니라 경력직을 뽑을 때도 ▶고객중심▶혁신지향▶일에 대한 열정▶업무 전문성▶팀워크▶윤리의식 등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지원자는 이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인사팀.임원면접은 특히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며, 실무팀면접에서 해당 직무에 대한 역량을 평가한다. 푸르덴셜은 대졸자를 대상으로 하반기 공채를 하며 조직을 확장하거나 신규 사업을 벌일 때 경력자를 수시로 채용한다. 올해 본사는 신입.경력직 사원 70여 명을 선발했으며, 지방 지점은 별도로 뽑는다.

소비재
MBA, 석.박사 출신 유리

한국3M 인력개발본부 장효생 팀장

3M은 직무에 따라 필요로 하는 경력이 다양하다. 마케팅 분야의 경우 관련 업무 경험자나 MBA 출신을 선호하며, 연구개발 분야의 경우 석.박사 출신을 주로 뽑는다. 어느 분야든 외국어 능력은 필수 조건이다. 대기업 출신이라고 높은 점수를 주진 않는다. 해당 직무와 관련된 경험이 있느냐를 꼼꼼히 따진다. 수시 채용을 하므로 홈페이지(www.3m.co.kr)를 잘 살펴야 한다. 회사는 일정 직무에 대한 경력직 채용 계획이 잡히면 회사 홈페이지, 인터넷 취업포털 사이트, 대학 취업게시판 등에 공고를 내고 이력서를 받는다. 한국3M은 한해 60여 명의 신입 사원을, 40여 명의 경력직 사원을 뽑는다. 수시채용은 온라인으로 등록된 이력서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서류전형, 인사부가 실시하는 1차 인성면접, 실무부서 관리자가 참석하는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채용 즉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하므로 이전 직장에서 비슷한 일을 했던 사람이 유리하다.

유통
이전 직장서 평판도 따져

삼성테스코 인력개발팀 심학보 과장

유통업계라도 부동산 개발, 정보통신시스템 등 다양한 업무 분야가 있으므로 유통관련 경력자만 뽑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유통업에 종사했던, 특히 경쟁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가 업계 경력직 채용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영국계 회사인만큼 평가에서 영어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영어 실력이 나쁘다고 감점을 받지는 않지만 영어를 잘하면 분명히 가산점을 얻을 수 있다. 유통업계에선 대개 새 점포 개장에 맞춰 인력 채용이 진행된다. 이와 관련한 일정을 숙지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 업계가 넓지 않은 만큼 경력직 지원자가 이전 회사에서 어떤 평판을 들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좋은 대우를 받고 이직에 성공하려면 이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삼성테스코의 경우 경력직은 현업 인성 면접과 실무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한해 대졸자 신입공채와 경력직을 각각 100여명씩 뽑는다.

83%가 수시채용
이력서 보내놓고 홈피 수시로 클릭
추천 채용 많아 … 인맥 적극 활용을

높은 연봉, 풍부한 복리후생, 잘 갖춰진 직장 환경…. 외국계 기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러나 막연하게 좋은 이미지만 생각하며 외국계 기업 입사를 준비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근무 연한에 상관없이 업무와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업무 강도도 만만치 않다. 꾸준히 자기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올 초 취업포털 잡링크가 외국계 기업 50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83%가 '수시채용으로 인재를 뽑는다'고 답했다. 수시채용의 관건은 빠른 채용정보 수집과 인맥관리다. 입사를 목표로 하는 기업 홈페이지나 취업포털 사이트, 동호회 등을 수시로 방문해야 한다. 취업하고 싶은 회사에 미리 이력서를 보내 놓는 것도 좋다. 필요 인력이 생겼을 때 그동안 받아놓은 이력서를 우선 검토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외국계 기업 취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려야 한다. 상당수 외국계 기업이 내부 직원들로부터 적합한 인재를 추천받고 채용이 성사되면 그 직원에게 성과급을 주는 '사원추천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기업에 선배나 친구가 있다면 그 기회를 백분 활용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은 자신들의 문화.비전에 맞는 인재 채용에 많은 비중을 두므로 이에 대한 중요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헤드헌터를 거쳐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믿음이 가는 업체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헤드헌팅 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해 회사의 연혁이나 업무 실적을 살펴본 뒤 신뢰성이 있는 헤드헌팅 업체 5곳 정도에 이력서를 보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헤드헌터와 꾸준히 접촉하며 업체 현황에 대한 정보를 듣는 것이 좋다.

외국계 기업의 면접은 보통 2~3차에 걸쳐 진행되며 영어 면접은 필수다. 유창한 영어 실력보다는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주로 살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정유민 상무는 "토익.토플 등의 점수보다 실제로 사용할 비즈니스 영작이나 회화 실력을 익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필규 기자

◆ 외국계 기업 취업전략 5계명

①취업 정보를 발 빠르게 얻어라

-결원이 생길 때 수시채용하는 곳이 많으므로 재빨리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②인맥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라

-신뢰를 중시하는 만큼 그 기업 임직원의 추천은 큰 도움이 된다

③학력보다 경력이 중요하다

-아르바이트나 이전 직장 경력을 통해 그 업무에 적합한 인재임을 증명하라

④겸손은 미덕이 아니다

-자신을 잘 홍보하는 것도 능력이다. 얼마나 열정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린다

⑤지원할 기업을 잘 파악하라

-무작정 지원하지 말고 그 회사의 문화까지도 잘 살펴라

◆ 외국계 기업 채용 정보 얻을 수 있는 사이트

-한국외국기업협회

(www.peoplenjob.com)

-주한미국상공회의소

(www.amchamkorea.org)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

(www.eucck.org)

<자료=잡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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