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지도부 권력구도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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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지도부의 권력 구도가 바뀌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진영에 쩡칭훙(曾慶紅) 국가 부주석이 가담하면서다. 쩡 부주석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핵심 측근이자 '상하이방(上海幇.출세 기반을 상하이에 둔 그룹)'의 리더 중 한 명이었다.

후 주석은 2002년 11월 공산당 총서기가 됐으나 권력 기반이 탄탄하지 못했다. 장 전 주석이 심어 놓은 상하이방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상하이방은 최고지도부로 일컬어지는 정치국 상무위원(9명) 중 5명이나 됐다.

그러나 쩡 부주석이 후 주석 쪽에 가세해 명실상부한 권력 중심 이동이 이뤄진 것이다. 상하이방으로선 분열 시대를 맞은 셈이다.

◆ "후.쩡 협력시대 개막"=홍콩의 친중 시사지 '광각경(廣角鏡)' 11월호는 "후(胡)와 원(溫).쩡(曾) 세 사람을 축으로 하는 권력 핵심이 밀월관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쩡이 후 주석 편으로 돌아선 것을 빗대서다.

이런 조짐은 지난해 가을부터 나타났다. 당시 쩡은 장쩌민의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후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후 주석은 각종 회의에서 세 살 연상인 쩡에게 마무리 발언을 할 기회를 양보해 쩡을 배려했다. 그러자 쩡은 후의 1인자 위상을 해치지 않으려고 앞장섰다.

최근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 탄생 90주년 기념식 행사를 놓고 당내에서 격론이 벌어졌을 때 쩡은 후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한다.

◆ 후.원 제휴 관계는 굳건=후 주석과 원 총리는 취임 이후 줄곧 제휴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동갑내기(63세)인 데다 문화혁명 기간 중 특정 파벌에 가담하지 않은 '소요파(逍遙派)'였다는 점, 궁벽한 지방에서 근무하다 실무 능력을 인정받아 중앙 정계에 발탁된 점 등이 공통 요소다. 명절 때 가난한 농촌을 찾아 농민들과 함께 물만두를 먹는 '친민(親民)' 성향도 비슷하다. 정책적으로는 ▶농촌 지원 ▶균부론(均富論) 등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다.

후.원.쩡과 황쥐(黃菊) 부총리를 필두로 한 '상하이방'잔존 세력 간의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하이방은 대도시.해안 지역을 축으로 하는 고도 성장 노선을 주창하기 때문이다. 원 총리가 지난해 과열 경기 억제책을 주도했을 당시 그를 공격했던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 서기(상하이방)는 지난달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퇴임 압력을 가까스로 비켜갔다고 한다. 당 지도부 회의 때 예전보다 의견 충돌이 잦은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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