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미온 대처"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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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외면 말라" 대학생들도 정부 비판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대학생 20여 명이 유엔총회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던 정부를 비판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이들은 "대북 인권결의안이 유엔에 상정될 때마다 한국 정부는 불참과 기권을 반복해 왔다"며 "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생존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외교통상부에 전달했다. 강정현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원장 박영규)이 23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정부를 비판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개선 노력에 동참할 것을 권고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 소관인 통일연구원이 대북 정책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일연구원은 '유럽연합(EU)의 대북 인권정책과 북한의 대응'이란 이 보고서에서 "유엔 등 다자틀 속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되는 경우 우리가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게 대북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유도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 사례에서 보듯 개방과 개혁의 성공적 추진도 중요하지만 인권 개선에는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설득.압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17일 EU 주도로 유엔총회에 상정돼 통과한 대북 인권결의안을 "대북 정책의 틀 속에서 북한 인권을 다뤄야 한다"는 이유로 기권했다.

연구원은 186쪽짜리 분량의 보고서에서 "정부는 '북한의 인권 실태가 개선돼야 한다'는 우리의 당위적 입장을 북한에 분명하고 계속적으로 전달하고, 대북 인권정책을 한목소리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인권 문제에 대한 최고지도자의 관심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이 문제에 대한 관심 표명을 권고했다.

대북 지원과 관련, "EU와 미국처럼 인권 문제와 인도적 지원을 병행하는 소위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대북 인권정책을 우리도 고려해야 한다"며 "인도적 지원 일변도의 대북 인권정책은 국내외 여론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받기 어려울 것이고, 이는 대북 정책 지지 확보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인권 개선 전망에 대해 "북한 당국의 대안은 김정일 정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엔권고 등을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며 "자체 수정 능력이 미약한 북한 체제 특성으로 미뤄 국제사회의 지속적 압력은 북한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객관적 자료 수집▶인권 관련 시민단체와의 협력관계 구축▶인권 문제에 대한 대국민 홍보 강화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 건설 노력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도 인권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을 북한 당국에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 보고서의 책임 연구자는 최의철 선임연구위원이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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