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프란체스카 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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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월12일 (계속).
「파트리지」 장군의 사령부에 이르니 장군은 전방에 나가 있었다. 대통령은 전방을 돌아본 후 우리 군인들의 소총 쏘는 훈련장을 시찰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유 장군의 아버지가 그곳의 책임자로 있었다.

<연설 내용 잘못 보도>
대통령은 우리 군인들을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는데 미국 사람들이 일본 군인들을 한국에서 싸우도록 보낸다는 이야기는 우리 나라 사람들을 격분시켜 우리는 공산당과 싸우기에 앞서 먼저 일본 군대와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며 과거 일본과의 쓰라린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는 일본 군대가 우리 땅을 밟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공개 회장에서 말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신문기자들이 기사로 취재해서 대통령이 말한 이야기를 보도하였다. 그래서 잘못 인용된 부분을 정정하기 위해 성명서가 만들어졌다.
이날 대통령과 「리지웨이」 장군의 회담 석상에서 신성모 국방장관은 모든 한국 군인은 참모 총장인 정일권 장군의 휘하에 들어와야 한다고 요망하였다.
현재 미군에 배속되어 있는 한국군 장병들은 한국 군사령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며 대단히 불쾌한 일이지만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군 산하 또는 그들과 함께 있는 한국군 장병들은 한국군의 명령에 대해 자기들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리지웨이」 장군은 신 국방의 견해에 이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 다음날 그 취지의 명령을 내렸다.
대통령은 하오 4시께 돌아왔다.
어제 「올리버」 박사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대통령은 미국에서 대한민국의 홍보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이 일반 미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매체가 되는 홍보 기관을 우리는 아직 만들지 못하였습니다』라고 썼다. 오늘도 대통령은 「올리버」 박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일본인들은 자기네의 약삭빠른 외교와 선전을 통하여 항상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아직 선전의 가치를 모르고 있습니다.

<국군 명령권은 우리>
이 일의 중요성을 알고 도와주어야 할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나라를 해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영태 박사를 도와 여러모로 애써주시는 귀하 내외분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나의 조국 코리아』를 쓴 변영태 박사와 몇 사람이 미국에 특파되어 한국을 소개하며 실정을 호소함으로써 다소나마 성과를 올리고 있으나 일본이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홍보 활동에 비해서는 「새 발의 피」라고 생각되어 대통령은 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의 소개와 홍보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특히 오늘은 유엔군 산하에 있는 우리 장병들이 한국군의 명령에 대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남의 나라 군대의 산하에 배속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우월감마저 갖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은 무척 가슴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비록 허리띠를 졸라매고 보리죽을 먹을지언정 남의 나라 지배를 받지 않으며 살겠다고 그 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오면서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던가?
36년간 일본의 압제 하에서 가장 호된 시련을 받은 우리 민족의 정기와 자존심을 다시금 우리 청년들과 장병들에게 되살려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대통령은 말했다.

<한인 긍지 갖게 해야>
1월13일.
영국에 의해 제출된 새로운 휴전 결의안에 관한 뉴스가 전해졌다.
대통령은 특히 3항과 4항에 대해 즉시 성명서를 작성하려 했는데 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무초」 대사가 하오 4시께 찾아왔으나 대통령은 이미 몇 사람의 국회의원들과 회담 중이었고 「무초」 대사로서는 중요한 일도 없었기 때문에 다음날 다시 오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하오 5시께 국방장관이 왔다. 그는 몇몇 국회의원들의 행동 때문에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 그들은 대부분 지난번 서울에 잔류했었던 좌익 인사로 지목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온갖 해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부산은 가장 어지러운 곳이 되어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재산에 관한 걱정을 하며 다만 나라 밖으로 떠나려는 생각뿐이다. 그들은 조국을 구하겠다는 생각은커녕 바로 패배주의적 분위기를 조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반 국민들은 희망적으로 사태를 훨씬 좋게 보고 정부가 그들과 함께 있는 한 자기들을 지켜 줄 것으로 믿고 있다.

<부유층들 사치 심해>
이와 같이 일반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있지만 대부분의 부유층 사람들은 이기적이며 오직 자신이 거느리는 가족들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지난여름 우리가 여기 있던 때와 같이 똑같은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전쟁을 망각한 부산?」이라는 제목 하에 이들을 향해 『보이소, 피난을 왔습니까? 유람을 왔습니까?』하고 경고를 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혹한과 싸우며 목숨을 희생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의 고통이나 부상병들의 참상과 전쟁 고아들의 애처로움은 아랑곳없이 유흥과 호의 호식을 일삼고 있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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