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TV국, 대응편성 고질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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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두 방송사간의 고질적인 병폐중의 하나가 대응편성이다. 시청률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한쪽이 특집생방송을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특별생방송으로 맞물린다.
방송사 측은 대응편성을 두고『TV편성이 시간대를 중심으로 묶여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본 편성이 아닌 임시편성에서까지 꼭 대응편성을 해야하는가는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15일 아침 10시를 전후로 시작된 KBS 제 1 TV생방송「이웃끼리 청백전」과 MBC­TV특별생방송「겨울농어촌, 지금」은 당초 KBS는 아침 8시50분에, 그리고 MBC는 4일 전만해도 편성이 안돼 있던 점을 보더라도 대응편성의 의혹을 펼치기 어렵다.
「이웃끼리 청백전」은 KBS가 금년도 사업목표로 내세운「지방시대 개막」이라는 대명분에 비해 내용은 크게 부족했다.
전주·대전 두 고장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내고장 자랑을 필치는 오락프로그램으로 노래자랑·명사소개 ·음식·유품등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었는데 진부한 것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진행상태도 엉망이어서 사회자가『빨리 끝내고 점심 먹으러 가야겠다』는 망언을 하는가하면 후반부는 시간에 쫓겨 출연자를 마구 잡아 끌고 의사진행을 막기도 했다.
또한 의도적으로 비기게 하려는 것이 두드러져 그럴바에야 꼭 점수 따기식 경연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에 비해「겨울농어촌, 지금」은 모처럼 농어촌에 초점을 맞춘 좋은 기획이었다. 농한기인 지금 농어촌의 실태와 부업 등을 살펴본 이 프로그램은 내용도 충실했으며 진행도 깨끗했다.
기왕의 농어촌프로그램들이 모두 새벽 5시30분∼6시의 이른 시간대에 방영돼 실질적으로 농어민들에게 전혀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다는 조사연구도 있고 보면 좋은 시간대를 마이노러티에 할애해준 점은 더욱 돋보이는 일이다.
사회 소수집단, 마이노러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2천년대로 향해 나아가는 우리방송이 선결해야할 과제중의 하나다.
두 방송사의 다음작품을 기대한다 <홍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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