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량수술…서구「복지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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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좀더 정확하게는「모태에서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국가가 돌보아 준다는 유형의 복지국가 스웨덴·네델란드·영국·서독 등이 요즘엔 모두 더 이상 복지정책을 확대할 엄두를 못내고 오히려 이미 실시해온 것들도 최소한으로 축소해 보려고 애를 쓰고있다.
선진공업국용의 평제협력기구인 OECD도 최근 복지국가가 위기에 직면했음을 경고하고 각국이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을 가할 것을 촉구하는 조사보고서를 낸바있다.
유럽국가들이 약 50년간의「복지실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국가가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능력의 한계를 느꼈을 때는 이미 나라마다 한계에 달한 담세율과 산더미같은 빚으로 재정의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난 다음이다.
연간 생산되는 전체 국부(GNP) 에 대한 세금의 비중이 30∼35%나 되는데도 늘어나는 사회복지 지출을 감당하기엔 태부족이다.
사이복지국가로 선두를 달려왔던 스웨덴은 지금 GNP에 대한 세율이 53%, 반면 정부의 지출은 68%.그 차액을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 연간 46조원에 이르는 빚에 대한 이자부담도 80억달러 (6조4천억원) 로 정부예산의 최대항목이다.
스웨덴은 국가재정의 위기를 벗어나려고 부여세를 올리고, 술·담배세금을 높이고, 사회복지 지출을 과감하게 줄이는 등 가능한 방법을 모조리 짜내고 있는 중이다.
네델란드도 약35억달러 (2조8천억원) 의 정부지출을 감축한다는 계획아래 공무원의 봉급을 3% 내리는 한편 실업수당·노년연금등 사회보장비 지출을 금년 1월부터 평균 3.5% 삭감하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서독은 1백80억달러(14조4천억원) 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여보려고 아동수당의 축소, 임신휴가기간의 단축, 연금수혜자의 본인부담정액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일찌기 노동운동이 발달한 데다 노동당정부가 번갈아 들어서면서 사회복지정책을 펴온 영국에서도 요즘 복지정책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시작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사립법원제도의 권장및 국가의료부담의 축소.
영국의 NHS(국립의료원)는 크고 작은 법을 막론하고 국가에서 무료로 고쳐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NHS기구를 줄이는 한편 사립병원설립및 이용을 적극 권장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또 하나는 사회보장비 지출 가운데 제일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연금에 대한 국가부담의 축소다.
「대처」보수당 정부는 개혁이 여의치 않으면 심각한 문제를 국민토의에 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영국정부의 재정난은 한계에 달해있는 실정이다.
영국정부가 1년에 사회보장비및 의료서비스로 지출하는 비용은 자그마치 5백억파운드 (60조원) 로 전체 정부예산의 35%, 국방예산의 3배다. 영국이 지금 시도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몇 가지를 예로 들면 아이를 낳으면 어머니에게 출산수당 (2주 25파운드), 해산 전에는 임신수당(16세까지 한 아이에게 아동수당으로 매주 6.5파운드), 부모가 한쪽만 있는 경우에는 외부모수당. 이밖에 과부수당을 비롯해서 병약자수당·상해수당·실업수당·퇴직수당·산업재해수당. 그리고 가족의 수입이 생계비 미달의 경우에 주는 가족수입보충수당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현재 등록된 실업자가 약3백만명이니까 이들에게 주는 실업수당 (1명에 매주 27파운드)만도 엄청난 돈이다.
가장 큰 부담은 여자 60세 이상, 남자 65세 이상에게 지급해주는 연금인데 대상자수는 지난 4년간 60만명이나 늘어나 모두 1백60만명이다.
이렇게 엄청난 복지지출은 결국 세금의 부담과 증가를 수반할 수 밖에 없는데 영국의 대GNP담세율은 78년 34%이던 것이 금년에는 39%로 높아졌다.
그렇게 하고도 재정적자는 해마다 1백50억파운드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대처」수상이 국민 모두가 국가에 대한 의존심을 버리고 스스로 서는 생활철학, 이른바「대처리즘」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복지국가의 위기가 도사리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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