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비스마르크 복권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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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독에서는 작년에 종교 개혁가 「마르틴·루터」를 복권시킨데 이어 최근엔 철혈 재상으로 이름난 「비스마르크」 (1815∼1898)를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 바야흐로 복권의 시대가 도래한 느낌이다.
이제까지 노동자의 적으로 간주되었던 「비스마르크」가 노동자의 나라 동독에서 재평가돼야 한다고 거론된 것은 작년 12월 동독 공산당 후원의 사회 과학 협의회에서 「쿠르트·하거」 교수가 동독 역사 학자들에게 「비스마르크」 재평가를 제의하고부터다.
「비스마르크」는 신 독일 제국의 초대 재상을 지냈는데 일반적으로 독일 통일과 국가 발전에 공이 컸던 인물로 인정받아 왔었으나 동독 역사 학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동독에서는 그를 반 노조법을 제정하고 사회 복지 정책을 빼앗아 간 본질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적이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였다.
동독은 작년 그때까지 농민들을 배반한 반역자로 비난해 온 「루터」를 탄생 5백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식을 갖고 복권시켰었다.·
동독이 최근 들어 이처럼 독일 역사의 위대한 인물을 복권시키는 것은 동독이 과거 어느 때보다 서독과의 관계개선을 갈망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코너미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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