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정도 줄여 보고하기에 급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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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 대아관광호텔 화재사건이 난 14일 내무부 소방국은 불이 난지 5시간이 되도록 사망자를 4명으로 파악하고 행정지휘·현장상황파악·보고체제등 종합적인 소방행정대책이 엉망.
이날 상오 9시쯤 신문·방송·통신에는 이미 사망자가 확인되고 계속 불길이 번져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예상되었는데도 상오 8시40분에 대피완료보고를 받고 느긋한 표정.
김대양소방국장은 발화장소인 4층 사우나탕에서만 피해가 있을 뿐 그 이상은 내장재불연시설과 스프링 쿨러를 갖추어 더 이상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
이어 상오 9시쯤 소방특공대가 옥내에 진입했으므로 불은 완전히 잡혔으며 더 이상 인명피해는 없다고 민방위본부장실에 보고.
그러나 이상배 민방위본부장은 방송에서 보도되는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가 늘자 현지에 확인을 독촉하자 그때야 3명에서 다시4영으로 정정하는 등 갈팡질팡.
이때 이미 현지에 특파된 취재진들로부터는 사망자숫자가 18명 선으로 송고되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무조건 피해자숫자를 줄여 보고하겠다는 현지 지휘관들의 잘못된 생각때문. 특히 부상자숫자가 소방국에 보고된 것이 33명인데 비해 치안본부 상황실에서는 68명으로 보고되자 김소방국장은 직접 치안본부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병원에서 소독약 정도 바르고 돌아간 사람까지도 부상자로 치느냐며 항의.
이때부터 치안본부상황실에서는 일체의 현장상황을 알려주지 않아 소방국이 사망자를 26명으로 확인, 장관에게 보고를 한 낮 12시까지도 치안본부폭 사망자보고는 계속 4명이었다.
이민방위본부장은『현장상황실과 본부를 연결하는 보고체계가 왜 이렇게 갖추어지지 않았느냐』고 발을 동동 굴렀고 소방국 실무자들은『현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여기서 어떻게 알겠느냐』며 거의 두 손을 놓고 있어 소화진행 상황과 인명피해 정도에 따라 신속한 대책을 지시해야 될 내무부소방국이 유명무실한 일면을 보여 주었다.
특히 소방국이나 현지에서는 피해정도를 줄여 보고하는데 급급했고 이 때문에 내무부장관은 시간시간 허위보고를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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