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육상대표선수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외면과 냉대의 풍토속에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육상, 한국 마라톤­.
그래도 곁눈질을 모르며 기록하나에 청춘을 걸고 음지의 외길을 달리는 선수들의 표정은 의지와 결의에 차있다. 뒤떨어짐이 가장 현저한 만큼 살과 뼈를 깎는 훈련의 아픔은 더욱 크다.
동이 트자마자 탑산 3백65계단을 수십번 오르내린다. 진해의 명물인 이 1천계단은 길기도 하려니와 거의 수직의 벼랑을 방불케하는『천상을 향한 형극의 길』이다.
육상대표선수단이 태능선수촌을 떠나 진해로 온 것은 지난해 12월19일, 마라톤선수들은 지난월말 합류했다.
임원 5명에 선수 24명 (남자11명, 여자 13명). 하루하루가 꽉 짜인 훈련스케줄로 거의 휴식이 없다. 오전과 오후를 진해공설운동장에서 보내며 저녁 식사 후에도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도 땀을 흘린다.
투척과 중·장거리선수들은 LA올림픽전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지만 86년의 서울 아시안게임을 겨냥해 묵묵히 정진하고 있다.
『이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호기록을 수립할는지 나 자신도 예측을 할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쉬지 않고 무언가을 해야할 것입니다.』 한승철 감독의 비장한 한마디다.
진해에 온 다른 스포츠 팀과는 대조적으로 숙소나 음식점이 가장 초라하다.
그러나 지방육상관계자들과 안길현 진해시장 등의 따뜻한 격려가 용기를 잃지 않게 해주라고 LA올림픽에 출전할 마라톤은 가장 활기에 차있다. 남녀 모두 오는봄 새로운 한국기록을 꼭 수립한다는 의욕을 불태우며 삭풍이 몰아치는 장복산 능선을 매일 치달린다.
채홍낙 김종윤 이홍렬 그리고 임은주 최경자 등 기대의 마라토너들은 빵 한조각의 아침식사가「꿀맛 같다』고 했다. 고된 훈련을 달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해=박군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