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아프고 마음도 괴로워요"염문설등 온갖 소문속의 장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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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글러브를 벗어 던지고 싶어요. 사람 보기가 무서워졌습니다. 몸은 아프고 주위는 물론 팬들의 눈총에서 오는 압박감 때문에 그동안 잠 한번 제대로 편하게 잔 적이 없어요.」
K여가수에 이어 모 여대생과의 염문설, 심장병과 허리디스크설. 그리고 잠적설등 온갖 소문이 파다한 가운데 방어전을 5차례나 연기한 WBC 라이트 플라어급 챔피언 장정구 (21).
1주일간 집요한 추척 끝에 13월 하오 시내 무교동 극동포러모션에서 겨우 만난 챔피언장은 부기마저 있는 초췌한 얼굴로 면목이 없다면서『권투고 뭐고 만사가 귀찮아졌다』고 털어 놓았다.
『그 동안 꼭 21일간이나 훈련을 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랬더니 여대생과 놀아나 권투를 그만뒀다는 등 별의별 얘기가 다 쏟아져 나와 죽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어요.』
장정구는 모여대생과 아는 것은 사실이지만 팬으로 한두 번 만난 친구일 뿐이라고 해명한다.
지난해 9월10일「헤르만·로레스」(멕시코)와의 2차방어전(대전)이후 방황을 거듭해온 강정구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2차 방어전을 위해 대전으로 내려가기 직전 순천향병원에서 정밀신체검사서 받았었다. 이때 심전도의 이상 (매니저및 트레이너는 이를 숨겼음) 이 나타나 담당의사는 대전중지를 지시했다.
그래서 다급한 프러모터 측은 대전성심병원에서 재검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엔 지장이 없다는 판결을 받고 타이틀전을 벌여 무난히 승리했다. 장은 이 대전에서 완승은 거뒀으나 어찌나「트레스」의 주먹이 매서운지 도중에 경기를 포기할뻔 하기까지 했다.
귄투글러브를 낀후 처음 맞아보는 강펀치 였다는 얘기다. 경기가 끝난뒤 비로소 자신의 심장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상경후 재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은 없었다. 그렇지만 이 얘기에 쇼크를 받아 이후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또한 11월말로 예정된 3차 방어전에 대비. 강훈을 벌이던중 허리근육통이 생겨 12월3일, 17일등 계속방어전을 연기하게 됐다. 최근에는 기관지염까지 생져 이런 상태로는 연습을 할 수도, 또 링에 오를 수도 없다고 호소한다. 컨디션 악화가 신경쇠약증세까지 가져온것 같다.
지난 연말부터 그는 좌절 속에 방황을 거듭. 매스컴의 눈을 피해왔다. 극동포러모션 측도 그의 행방을 알수 없어 안절부절 못했다. 의형제 사이인 최광률(37)씨 집(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에 파묻혀 지낸 그는 간혹 밖을 나갈 때엔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정초에는 부산의 어머니가 불현듯 보고싶어 버스표까지 사고서도 야단만 맞을 것 같아 포기했다. 바둑·당구·음악등 다양한 취미도 모두 잊어 버린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한국기록인 6차 방어전의 벽을 깨뜨리고 싶어요. 그러나 3월11일까지 국내에 있는한 아무것도 못할 것이 틀림없어요. 매니저의 권고대로 필리핀으로 빨리 떠나고 싶어요.』
현재 체중은 57kg (한계체중 49kg) 으로 불어났지만 모든 걸 잊고 강훈만 한다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믿고있다.
극동포러모션 측은 오는 17일께 그를 필리핀으로 보내기 위해 수속을 밟고 있다.『멋진 경기를 펼칠때만 박수를 보내시지 말고 좌절에 빠졌을때 격려를 해주십시오.』챔피언 장정구는 절규한다.<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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