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공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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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자양 중공수상의 방미과정에서는 중공에 대한 두 가지 중요문제가 더욱 선명해졌다. 하나는 중공이 근대화 추진에서는 제도의 차이나 이데올로기를 초월하여 계속 서방의 자본과 기술과 경험에 의존하려 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소련과의 지나친 적대, 미국과의 지나친 접근을 모두 지양하여 세계 3강간의 등거리 균형을 지향한다는 입장이다.
그의 방미기간중 미·중공 양국간에는 경협과 기술제공의 확대를 위한 산업협정·과학기술협정이 체결됐다. 조자양은 여러 차례의 연설에서 중공시장을 서방측에 개방한다고 선언했고 서방기업이 중공에 투자할 경우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외정책에서는 공산주의 기본노선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한반도 문제에서는 계속 북한을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과 중공이 안보상의 동반자가 되기는 어렵고 따라서 이 양국의 반소 제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모택동 말기부터 중공이 강조해온 연미항소 노선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을 의미한다. 중공은 종전까지 중공안보와 세계평화에 대한 최대 위협은 소련의 확장주의 적인 기권주의라는 인식 하에 중공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범세계적인 반 소련 합 전선을 형성하여 이에 대항해야한다고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레이건」정부가 들어선 후 중공은 미국이 고급기술의 대 중공 제공규제를 완화하고 군사적인 협력간계를 가지려 하면서도 중공을 여전히 잠재적인 적국으로 간주하고 중공과의 약속을 어기면서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중공은 또 중동이나 중남미에서의 미국의 개입정책을 비난하면서 제3세계 문제에 대한 미·중공의 의견차이와 대립은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한편 중공이 미국에 너무 가까이 하면 오히려 소련의 위협이 가중될 것이라고 중공은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79년 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후 중단됐던 중소외무차관 회담을 재개했다.
이번 조자양 방미 중 소련이 중공의 대미 밀착을 비판한데 대해 중공은 강력한 반대 규탄보다는 미·중공 밀착을 부인하고 해명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과거에 비하면 극히 온건한 반응이었다.
중공의 관점에서 보면 소련과의 대결은 위험이 따르고 비용이 많이 들어 중공 최대의 역점사업인 근대화 추?? 저해된다. 또 극동에 배치된 소련군사력이 중공에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견제하고 있다는 점도 중공은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중공은 미국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경제건설을 위한 자본·기술협력은 극대화하되 소련과는 긴장을 완화하여 종래의 적대관계를 중립관계로 전환하려는 것을 기본정책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미·중공의 관계발전은 외교·군사 부문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고 경제부문에서 내실을 찾게 될 것이며, 중고관계는 개선돼 나가겠지만 과거의 동맹관계는 부활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것은 강대국간의 세력균형이라는 점에서 국제질서의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공은 기본적으로 공산국가이며 따라서 한반도 문제에의 접근에 있어서도 스타일은 바뀔지 모르나 북한지지라는 기본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공에 대한 우리의 기대도 이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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