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출발부터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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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교원평가 시범실시를 둘러싼 학교 현장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 안팎의 반발로 사실상 '백기'를 든 학교가 나오고, 교사들이 연명으로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교육인적자원부에 보낸 학교도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원평가에 찬성하는 일부 교사만을 대상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히는 등 교원평가 시범실시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교원평가 시범학교로 선정된 충남 서천여고는 24일 열리는 시범학교 워크숍에서 교원평가를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충남 대천에서 열리는 교원평가 워크숍에는 교육부와 48개 학교 관계자가 참석한다.

이 학교 송인봉 교감은 22일 "당초 두 차례 투표 때 찬성 교사가 과반수가 안 됐는데도 신청해 선정됐다"며 "그 뒤 안팎의 반대, 교직원 간 불화 등으로 일을 추진했던 분도 안 하려고 하는데 혼자선 할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송 교감은 "충남 지역엔 다른 고교 시범학교도 있으니 (우리를) 빼주면 수월할 것"이라며 "이런 형편을 도교육청과 교육부에 알렸는데 알았다고만 해 24일 워크숍에서 얘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그동안 교원평가를 찬성하는 교사가 절반을 넘지 않는데도 시범학교로 선정된 학교로 서천여고를 집중 거론했다.

또 국립인 구미전자공고 교사 60명(전체 104명)은 21일 "학교 교육력 제고 시범학교 선정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가 있어 시범학교 선정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교육부에 팩스로 보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전체 교원의 의견을 수렴,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차후 시범학교의 운영 목표 및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학교 강극수 교장은 "(교사들이) 이해부족 탓에 반대할 수 있다"며 "(교사들의) 이해를 구해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측은 구미전자공고에 전교조 교사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비방 낙서에 시달린 대구의 달성.화원중은 교원평가 시범실시에 찬성한 교사만 평가에 참가키로 했다. 화원중 교감은 "희망자만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 서명을 다시 받았는데 그때 서명한 분이 36명"이라며 "그분들만 대상으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달성중도 같은 이유로 전체 교사 50명 중 26명만 평가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전교조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일부 시범학교의 선정 과정에 대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교육부의 '연구학교 규칙'상 연구학교의 일종인 시범학교는 교장이 신청하면, 시.도 교육청이 추천해 교육부가 지정한다고 돼 있을 뿐 교사들의 과반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교원정책과 강정길 과장은 "48개 시범 학교 중 어느 하나도 철회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대구 달성.화원중과 현풍초등학교의 교장 비방 낙서, 교원평가 반대 유인물과 관련해 대구경찰청에 범인을 조속히 잡아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고정애.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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