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일의인사이드피치] 223. "이대로 가다가는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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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김응용 삼성 사장이 21일 야구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마디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프로야구는 곧 죽는다."

'죽음'을 언급한 점도, '곧'이라고 시점에 긴장을 준 것도, 김응용답다. 평소 그의 화법이 그렇다. 삼성 감독 시절 임창용이 한창 말썽을 부릴 때 "우린 임창용 없이 야구 한다"고 했고, 경기 전 한 선수가 타구를 쳐다보지 않다가 공에 맞았을 때 "저 녀석, 땅에 묻어버려"라고 말했던 그다. 단호하고, 강하게 말한다. 그래서 그 자극이 크고, 힘도 세다.

이번 발언의 요점은 뭔가. '죽음'도 아니고, '곧'도 아니다. '이대로 가다가는'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곧 죽는다는 말은 이대로 가지 않으면 안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해보자"고 덧붙였다. 그는 "사장으로 1년을 지내보니까 인건비는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위기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인건비는 구단 사장 입장에서 돈이 너무 많이 투자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 '여러 가지 면에서'는? '인사이드피치'는 최근 일어난 몇 건의 프로야구 관련 뉴스에서 '여러 가지면'의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재무제표 및 투명성 증진을 위한 정책 보고서-18일 국회 문광위 안민석 (열린우리당) 위원이 언론사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KBO는 최근 4년 연속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회계 및 운영 전반에 걸쳐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 운영이 투명하지 않고, 비리와 부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나와 있다. 이 보고서는 문광부가 KBO 감사에 착수할 것을 주장하고, KBO 이사회의 구조적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비영리단체라는 법인 성격상 KBO가 4년간 33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대로' 선수협의 연봉 보도자료-프로야구 선수협회는 10일 "2004년 8개 구단 전체 지출 대비 선수연봉은 18%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선수연봉에 따른 부담이 커져 운영이 힘들다"는 구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자료다. 선수협은 19일에는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연봉을 비교하며 "한국프로야구 연봉은 일본의 10%도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단에서 선수에게 투자하는 돈은 연봉뿐이 아니다. 전지훈련비.선수단 운영비 등 선수단 간접투자비는 구단 예산의 70%가 넘는다. 또 일본은 왜 갖다 붙여 주장의 근거를 어린아이 투정으로 몰아가나.

김응용 사장이 말한 '여러 가지면'에서 KBO와 선수협은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다. 이 핵심조직이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고 원칙 무시, 기본 외면의 행정을 프로야구 전반에 걸쳐 펼칠 때, '죽음'은 김 사장의 말대로 찾아올 것이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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