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 판매사원 김종기씨 '가곡 판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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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일하는 김종기(32.사진(左))씨는 백화점 내에서 '노래하는 판매사원'으로 불린다. 김씨가 판매하는 상품은 안마 의자다. 고객들이 안마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김씨는 가곡을 들려 준다. 지난달 이 매장에서 처음 일할 때부터 노래를 불렀다. 그는 "고객들이 10~15분 동안 의자에 앉아있으면 지루할 것 같아 노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즐겨부르는 노래는 '오 솔레미오' '그리운 금강산' '청산에 살리라' 등이다.

김씨는 "고객에게 어떤 노래를 좋아하냐고 먼저 물어본다"며 "중장년층은 한국 가곡을 좋아하고 30대 층은 이태리 가곡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를 위해 노래를 하지만, 노래 덕분에 다른 고객도 김씨의 매장으로 몰린다. 김씨는 요즘 10~20여명의 즉석 관중을 앞에 두고 노래를 한다. 그래서 매장에서 입을 턱시도까지 준비했다. 관객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다.

그는 "소비자들이 모이니까 장사도 잘되기 시작했다"며 "안마의자에 앉아 노래를 들은 고객 중 3분의 1 정도가 물건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까지 2년 동안 아퀴나스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성악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보험사 영업사원을 거쳐 8월 지금의 가구회사 오씸에 입사했다. 대학 시절 담력을 키우기 위해 혼자 대학로에서 노래를 했던 경험이 영업 사원으로 일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는 "소심한 성격이었던 내가 서비스업에서 일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성악 외의 진로를 택하려고 직업을 바꿨는데 결국 노래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웃었다. 김씨는 요즘 퇴근 후 마술을 배우고 있다. 고객들에게 노래와 함께 마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글=홍주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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