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통일원장관 대북 성명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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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정부는 남북한간에 민족적 신뢰를 회복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하여 지난 1981년1월12일, 남북한 당국 최고책임자의 「상호방문」을 제의하였고, 같은 해 6월5일에는 남북한당국 최고책임자간의 직접회담을 제의하면서 회담시기와 장소를 북한측에 일임한 바 있습니다. 또한 우리정부는 1982년1월22일 「민족화합 민주통일 방안」을 천명하였으며 작년 1월18일에는 「남북한당국 최고책임자 회담」에서 협의, 해결하여야 할 4개항의 당면과제를 제시하는 등 한반도 긴장완화와 민족화합을 통한 평화통일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와 같은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사이에는 북한당국의 대화거부와 폭력도발로 말미암아 여전히 긴장이 감돌고 있으며 통일을 위한 접촉과 대화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에 대한 북한당국의 무모한 도발은 남북한 관계를 극도의 위험한 상태로까지 악화시켜 놓았습니다.
그리하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그것은 북한당국이 인정한바와 같이 남북한간의 전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세계전쟁이 되는 것이며, 이는 곧 핵전쟁이 될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북한당국은 버마암살 폭발사건을 일으키기 하루전인 83년10월8일 이른바「3자 회담」문제를 제기했으며 다대포에 무장간첩을 침투시킨 바로 그날인 83년12월3일에도 이를 또 주장하였고,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이른바 「3자 회담」을 공개제의 하였습니다.
북한당국이 천인공로 할 버마사건을 저질러 놓고 이에 대한 시인·사과는커녕 동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허위선전하고 오히려 긴장격화의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시키려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성실한 대화의 자세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의 여건을 마련하고 민족화합의 터전을 다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당국이 전 인류가 분노한 버마사건에 대해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이를 시인, 사과하고 관계자에 대한 처벌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민족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남북간에 대화를 갖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한이 대화를 갖고 민족의 현안문제와 장래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여 나가는 것이 우리민족의 존엄을 지켜나가는 길이라고 본인은 확신합니다.
오늘날의 경색 화된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개척하여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미 제의한 「남북한당국 최고책임자 회담」이 개치 되어야하며, 이것이 당장 어렵다면 책임 있는 남북한당국 각료급 회담이라도 열어야할 것입니다. 남북한간의 긴장상태해소와 군비경쟁중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불가침선언문제도 이러한 남북대화에서 협의, 결정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남북대화를 순조롭게 진행시켜나가면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보장과 통일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환경조성에 도움이 된다면 한반도 분단과 한국동란에 직접·간접으로 책임 있는 관계국들이 함께 참가하는 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당국이 진정 민족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고 우리와 함께 통일성업에 참여할 의사를 갖고 있다면 하루속히 폭력을 버리고 이러한 폭넓은 대화의 광장에 나와야 할 것입니다. 만약 북한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주장이 위장평화의 책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결과만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본인은 북한당국이 우리와 함께 긴장완화와 민족화합의 요구에 호응해 나선다면 80년대 안에 통일문제 해결의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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