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번 테러가 한·미동맹에 역풍 없도록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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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마크 리퍼트 대사의 피습은 외신을 통해서도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타전됐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미국 대사가 동맹국 수도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해 피 흘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대사는 한 나라의 얼굴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인 리퍼트 대사는 지난해 말 부임한 이래 한국에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테러범 김씨가 범행 이유로 지난 2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 반대를 든 만큼 미국 내부에서 한국의 반미 감정이 자칫 확대 해석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협력 정도를 탐탁지 않아 하는 듯한 미국 조야의 여론이 나빠질 소지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미 외교 당국이 서울과 워싱턴에서 곧바로 접촉해 이번 테러를 단발 사건으로 규정하고,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협력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여 신속하게 대통령 입장을 낸 데 이어 총리 주재 차관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적절하다. 정부는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역풍을 부르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테러 사건 경위 등에 대해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조사하고 미국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주한 외교사절의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신변 보호 강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 보호는 외교 관계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미 국민을 상대로 한 공공외교 부담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동맹은 양 국민의 신뢰를 먹고 사는 생물체와 같다.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면 근간이 흔들린다. 미국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채널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리퍼트 대사가 한국민을 상대로 펼쳐온 정력적인 공공외교는 하나의 귀감이 될 수 있다. 리퍼트는 수술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미동맹의 진전을 위해 최대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돌아올 것”이라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고 했다. 우리 하기에 따라 이번 테러는 한·미동맹의 악재가 아니라 한층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