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군수·부 구청장 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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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에서 결정한 각계 지방행정부서의 직급 상향조정과 부 군수 및 부 구청장 직 신설, 부활문제는 정가의 쟁점일 뿐 아니라 일반국민의 관심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지방공무원의 인사정체를 해소함으로써 사기를 북돋워 주고 군수와 구청장의 폭주하는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
부 군수 제는 81년에 단행됐던 행정기구 축소개편 방침에 따라 자연감소에 이은 재임명을 중단한 뒤 현재 50여명만이 남아있다.
부 군수 제가 없어지자 현재 군의 행정과장·내무과장 등 고참과장이 더 뻗어나갈 길이 없고 따라서 하위직급의 승진길이 막혀있다는 것이다.
업무폭주라는 명분의 이면에는 이러한 인사정체의 숨통을 뚫어야 한다는 보다 더 절실한 내면의 필요성이 도사리고 있다.
지방부서의 직급 상향조정은 행정단위의 인구를 기준으로 하여 단순히 직급이 상하로 분리됨에 따른 인사의 불균형과 불만을 해소시키고 지방공무원의 성취의욕과 사기를 북돋워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방행정조직의 직급 조정과 새로운 직위의 부활 내지 신설에는 적잖은 자가당착을 발견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81년 스스로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조직의 축소개편을 단행, 국민의 공감을 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바뀌어야 할 다급한 사정이 없다. 특히 예산이나 자금의 동결은 경제의 안정화시책에 부응하는 적절한 조치로서 국민의 근검절약과 인내·노력을 촉구하는 정부의 자세이며 이는 정부 자체의 예산절감·효율적인 활용이라는 대전제와 수범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지방공무원 직급조정과 새로운 직급의 신설이 공무원의 사기 진작 외에 폭주하는 업무의 완화라는 명분의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직급의 비대보다는 일정한계(정원)안에서 조정하는 방법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61년 전체 공무원 수가 23만7천5백 명이었던 것이 80년 59만6천4백여 명으로 1백51%가 증가했다. 이 기간 중 1급 이상 별정직이 2백4%, 1급이 1백61%, 2급이 3백34%, 3급이 1백94%나 각각 증가한 반면 7급은1백37%, 8급이 78%, 9급은 8%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추세로 보면 상위 직 공무원이 전체 평균 증가율을 훨씬 앞지른 반면 하위 직 공무원의 증가는 이에 못 미치는 소폭에 그쳤음이 명백해진다.
따라서 공무원의 업무폭주는 하위 직 공무원의 증원이 불가피했으면 했지 상위 직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인사정체 해소와 사기진작이 전혀 필요치 않다고 묵살할 일은 못된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대로 예산동결·인금 동결이라는 국가적 정책목표를 세우고 정부와 국민이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 이 시점에서 정부 일각에서 지방공무원의 증폭문제를 들고 나와야 하느냐는 시기적으로 적절한 발상이 아니다.
정가와 일부 국민여론은 정부의 이러한 발상이 지방공무원에게 선심을 쓰려는 것이 아니냐, 혹은 위인설관이 아니냐하는 의혹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그럴 리야 없으리라고 믿고 싶으나 이러한 반응이 현실이고 보면 이는 정부의 신뢰를 높이는데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동결과 긴축의 정부시책에 걸맞은 인내와 사명감으로 공무원의 사기가 유지되고 가중하는 업무를 수행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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