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피 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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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당신도 유피 족인가?』
혹시 이런 질문을 받고 당황하지 않으려면 이 글을 읽어둘 필요가 있다.
우선 「유피」(yuppie)란 말은 「영 어번 프러페셔널」(Young Urban Professional)의 약자. 직역하면 「젊은 도시직업인」. 「-피」로 끝나는 어미는 아마 「히피」의 멋(?)을 낸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의 한 첨단적 생활풍조를 반영하는 그룹이다.
그 유래가 재미있다.
32세의 변호사「매리서·피스먼」과 38세의 출판인「마릴리·하틀리」공저 『유피 핸드북』이란 책제목에서 비롯되었다. 지금 미국에서 4달러95센트로 팔리고 있는 이 책은 표지부터 인상적이다.
청춘남녀가 나란히 서 있는데, 그 겉차림이 특이하다. 남자는 가는 줄무늬(핀 스트라이프)의 복장을 하고 왼팔엔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있다. 윗도리 호주머니엔 크로스 볼펜을, 손목엔 롤렉스시계를, 오른손엔 래크(스쿼시)를, 손가방은 구치를, 신발은 사냥 화(헌팅 부츠)를..., 이런 차림이다.
숙녀의 모습도 보자. 디자이너의 투피스(랠프 로렌)를 입고, 귀엔 소니 워크맨을, 손목엔 카르 티에 시계를, 백은 어깨에 메는 코치 백을, 오른손엔 유명백화점의 쇼핑백을, 신발은 운동화(러닝 슈즈)를....
『유피 핸드북』은 이를테면 도시 직업인들이 어떻게 프티 부르주아가 되는가를 가르쳐 주는 안내서다. 미국에선 이미 그와 비슷한 책(『The Official Preppy Handbook』)이 3년 전부터 베스트 셀러를 기록, 1백30만 부나 팔렸었다.
유피들이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는 오직 둘. 하나는 돈을 버는 것이고(적어도 6자리 숫자로), 또 하나는 건강관리. 6자리 액수의 돈을 벌려면 역시 건강관리에도 억척같아야 한다. 아침엔 일정한 시간에 눈을 떠서 조깅을 하고, 저녁에도 마사지와 같은 물리적인, 치료를 받는다.
섹스는 시간이 없어 차라리 독신생활로 만족.
음식도 까다롭다. 이탈리아 요리(tortellini)나 참치 회, 특선 샐러드를 즐겨 먹으며 인스턴트 식품은 혀 근처에 가지도 못한다. 접시는 수수한 것이로되, 밑엔 짚방석 받침이 있어야 한다.
유피들이 드나드는 식당도 천장엔 선풍기가 붙어 있고, 벽 색깔은 다크 그린이어야 한다.
집은 어디고 가리지 않지만, 빈 고가의 나뭇조각 모자이크 마루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전화기를 제외하곤 플라스틱 제품은 노!
낮잠은 금지. 다만 정초 연휴는 제외. 휴가는 부모들이 잘 가는 명소는 안가는 것이 원칙이다. 외딴 곳의 여인숙이 좋다.
결혼하는 친구에게 주는 선물도 한정되어 있다. 이들이 짠 홈컴퓨터 프로그램.
자, 이쯤 되면 유피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미간주 타임지의 결론이 걸작이다. 『유피의 진홍빛 목표는 6자리 숫자의 돈버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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