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메가비트 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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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일의 슈퍼컴퓨터 개발경쟁에서 일본이 「한발 앞선 듯한」보도가 나오고 있다. 다름 아닌 히따찌(일립)사의 1메가(1백만)비트 램 칩 개발성공 소식. 동경에서 발행되는 일경산업신문의 보도다.
그러나 이미 1백만 비트의 마무리 작업에 선착한 미국으로선 큰 충격은 아니다.
더구나 일본의 개발이 87, 88년에 가서야 상품화 될 수 있다는 보도에서 어딘지 자신 없는 구석이 엿보인다. 미국의 1메가비트 램 칩 개발은 「오늘내일」로 예고되고 있었고, 이를 뛰어넘어 1천만 비트 단위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개발은 지금 2백56KD램에 머물러 있다. 여기까지는 일본이 앞서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전쟁은 이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 1메가비트는 곧 1천24KD램의 개발을 뜻하는 것이나 지금의 경쟁은 1천6백만 비트(1만6천3백84KD램)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개발경쟁은 곧 반도체의 축소기술에 좌우된다. 한국도 개발에 성공한 64KD램은 상방5mm의 실리콘 판 위에 4미크론(1미크론은 1천 분의 1mm)이하의 가는 선이 8백만 개가 들어가야 한다. 1개의 선은 머리카락 굵기의 15분의 1정도다.
그러나 2백56KD램은 이를 더 축소시킨다. 4미크론이 2미크론 이하로 축소돼야한다. 메가비트의 반도체를 만들려면 다시 이것이 1~0.5미크론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이것은 곧 잠실야구장에 그어 놓은 폭 1mm의 선을 0.1mm로 다시 긋는 것과 같은 정교 도를 요구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반도체의 선두주자였던 미국이 2백56KD램에서 일본을 추격하는 입장이지만 관록은 역시 살아있다. 슈퍼컴퓨터를 제작하는데는 칩 속에 기억소자를 집어넣는 것 못지 않게 이를 활용하는 논리소자가 곧 프러세서이며 이의 개발은 인공지능에 비유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논리소자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어 반도체전쟁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을 낙관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메가비트의 개발은 2단계 뒤떨어진 셈이다. 64KD램 다음이 2백56KD램, 그 다음이 매가 비트이기 때문이다. 이를 추월하자면 일본의 개발경쟁 체제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일본은 관민합동작전으로 각각 1억 달러와 5억 달러가 소요되는 두 가지 개발계획을 갖고 있다. 연구도 극비리에 진행된다.
미국도 이에 자극 받아 IBM, ATT같은 선발기업을 제외한 후발 기업들이 공동법인을 세워 대항하고 있다.
2백56KD램의 시장은 3년 안에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우리도 뛰어든 반도체전쟁은 하루도 쉴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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