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홍콩도 '弱달러' 덕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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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스로 고전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이 달러화 약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외국 기업인과 관광객들이 '중화권 기피 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달러 약세가 경제적인 손실을 만회할 호재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과 홍콩의 환율은 미 달러화에 대해 각각 8.28위안(元)과 7.79홍콩달러로 사실상 고정돼 있다. 이 때문에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자동적으로 통화가치가 떨어져 수출.관광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도이체 방크의 이코노미스트인 준 마(馬)는 "유로화에 대한 달러의 약세가 심화할 경우 중국의 대(對)유럽 수출이 급증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대유럽 수출은 올 들어 지난 1분기 중 40~50%나 늘어났다. 유럽은 중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지난해 3천2백56억달러를 수출해 세계 5대 수출대국이 됐으나 '사스 경보'가 내려진 지난 3월부터 외국인 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해져 비상이 걸린 상태다.

페그제(고정환율제)를 고집하는 홍콩은 달러 약세로 수출보다 관광.투자 분야에서 덕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수출은 대부분 환율이 고정돼 있는 중국.미국을 상대로 이뤄지고, 유로화 강세지역인 독일과 영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각각 3%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계속되면 홍콩의 관광.서비스 분야는 비용 절감에다 가격인하 요인이 생겨 기업 경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달러 약세는 외환보유고가 많은 중국과 홍콩에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4천3백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 대부분 달러 표시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와 홍콩달러화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 앞으로 돈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한 환(換)투기가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는 이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론 역시 플러스다. 미국의 금융 전문지 배런스는 최근 "미국의 달러 약세와 불경기가 계속되면 중국.홍콩.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이 득을 볼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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