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건강생활의식」조사|행복의 조건이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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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사가 작년연말 실시한 「간이 건강생활 의식조사」에서 부나 사회적 지위·자녀 같은 종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여겨졌던 가치가 「건강」과 「화목한 가정」에 자리를 내준 것은 확실히 커다란 변화였다.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의식이 소득의 증가·핵가족화 등 사회·경제여건의 변동에 따라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건전한 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두 가지」를 묻는 질문에 모든 응답자들이 ▲건강(76·9%) ▲화목한 가정(50·8%) ▲건전한 사회 및 정치풍토(27·3%) 순으로 꼽았으나 그 비율은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건강」을 제1가치로 꼽은 비율이 ▲40대 이하 층에서는 72·6%인데 비해 ▲50대에선 76·3% ▲60대 이상에선 79·6%로 나이가 들수록 비율이 높아졌고 「화목한 가정」은 ▲60대 이상이 44·3%인데 ▲50대에서는 51·6% ▲40대 이하에서는 64·3%로 젊을수록 거꾸로 비율이 높았다.
60대 이상의 경우 대부분 자녀양육을 끝냈으므로 젊은층에 비해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겠으나 50대 이상에서 가정화목을 꼽은 비율이 50%를 모두 넘은 것은 우리사회가 갈수록 소시민적 합리주의에 젖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점은「건전한 사회·정치풍토」같은 사회적 요건이 건강이나 가정 같은 개인적 요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차지한 점에서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건전한 사회·정치풍토」를 내세운 비율은 ▲50대가 가장 높아 30·6%였을 뿐 ▲40대이하 26·2% ▲60대 이상 23·4%로 건강이나 가정에 비해 절반이하 비중에 머물렀다.
그러나 「건전한 생활을 위해 추방되어야할 두 가지」를 묻는 질문에선 압도적 다수(76· 4%)가 「부정부패」를 꼽았다. 연령층별로는 ▲40대 이하 72·9% ▲50대 71·4% ▲60대 이상 83·5%였다.
다음은 「한탕주의」(전체48·0%)를 지적한 비율은 ▲50대가 가장 높았고 (52·1%) ▲60대 이상(46%) ▲40대 이하(43·5%) 순.
한탕주의에 대한 반응이 40대 이하가 그 이상 연령층 보다 낮은 것은 젊은층의 경제적 도덕관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 번째로 꼽힌 「시기·모함」의 비율이 ▲40대 이하 젊은층에서 32·9%로 ▲50대(27·2%) ▲60대 이상(21%)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의미 있는 결과다.
한창 일을 할 나이 인만큼 치열한 경쟁이 시기·모함의 부작용도 빚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이는「우리환경이 건강유지를 위해 어떠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설문에 절대이하 젊은 층이 가장 높은 비율로 「나쁘다」고 응답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40대 이하는 56%가 「나쁘다」, 26·2%가 「아주 나쁘다」고 응답해 ▲50대(「나쁘다」54·1%, 「아주 나쁘다」 14·7%)나 ▲60대 이상(「나쁘다」53·8%, 「아주 나쁘다」 17·6%)에 비해 10%이상 높은 비율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보통이다」(26·2%) , 「훌륭하다」(1·8%)는 긍정적 반응은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28·0%에 그쳤으며 「아주 훌륭하다」는 평가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도 특징.
조사대상자들은 요즘 「우리사회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를 ▲42· 6%가 「보통」이라고 본 반면 ▲40·6%는「지나치다」 ▲14·7%는「부족하다」고 엇갈린 평가를 보였다.
「보통」과 「부족하다」의 반응이 57·3%인 것은 우리사회의 높은 건강관심도를 나타낸 것이며 동시에 「지나치다」는 의견이 40%에 이르는 것은 요즘 유행을 타고있는 이상 강정식이나 각종 건강식품 붐에 대한 혐오·비판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도 연령에 따라 대조를 보였다. 40대 이하에선 「지나치다」는 반응이 과반수를 넘어「보통이다」. (35·7%) 「부족하다」(8·3%)는 의견보다 월등히 많은데 비해 50대에선 「지나치다」(44·5%)와 「보통이다」(45·9%)가 비슷했고 「부족하다」는 40대 이하와 같은 8·3%였다. 이에 대해 ▲60대 이상에서는 「지나치다」는 의견은 30·5%로 줄고「부족하다」가 24·5%로 40대 이하 50대보다 3배 이상 비율이 높아져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관심을 갖게되는 것을 보였다. 60대 이상에서 「보통이다」는 42%.
요즘 유행하고 있는 에어로빅·헬스클럽·건강식 같은 「건강비법이 우리의 건전한 생활에 얼마나 기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과반수를 넘는 66·7%가 「다소 기여한다」 ▲6·1%가「크게 기여한다」고 긍정적 반응읕 보였으나 ▲「아무런 관계가 없다」 (16·8%)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5·6%) ▲「오히려 해롭다」(4·8%)는 부정적 의견도 27·2%였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문명국의 질병양상이 과거 「전염병시대」에서 고혈압·당뇨 등 성인병을 중심으로 한「비전염병시대」로 옮겨온 것을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질병1가지」를 물은데 대해 ▲41·2%가 암 ▲29·4%가 고혈압·뇌졸증 등 심장·혈관질환을 들었다. 특히 암은 ▲40대 연령층에서 46·4%로 공포의대상 (▲50대 43·1% ▲60대 36·1%)이 된 반면 ▲60대 이상 노년은 고혈압·뇌졸증 등 심장·혈관질환을 가장 두려워했다 (▲60대 35·6% ▲50대 30·1% ▲40대 14·3%). 과거「무서운 병」이었던 폐질환이 0·8%의 미미한 비율인 것도 눈에 띄는 현상.
위장· 소화기질환(8·7%), 당뇨·신장질환 (6·2%) ,간질환 (6·2%)을 포함하면 90%이상이 「비 전염성 성인병」을 겁내고 있으며 이는 식생활 등 생활양식의 변화와 의학지식의 보급과도 유관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병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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