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CEO"원더풀"… 한국가요·태권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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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한국노바티스 피터 마그 사장은 집에서도 틈틈이 태권도 기본 동작을 익히고 있다.

바이엘 헬스케어 플로레스 사장은 한국 가요의 열렬한 팬이다.

한국 문화에 매료된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CEO들이 있다.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의 피터 마그 사장과 바이엘 헬스케어의 마누엘 플로레스 사장이다.

마그 사장은 태권도에, 플로레스 사장은 가요에 푹 빠졌다.

2003년 말 한국에 온 마그 사장은 지난해 부산 지역 영업 담당 간부 모임에서 노바티스의 태권도 유단자가 격파 시범 등을 보이는 것을 보고 태권도를 사랑하게 됐다.

당시 시범을 보였던 간부에게서 기본 동작을 배워 요즘도 집에서 틈틈이 익히고 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 노바티스 임원들에게 태권도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스위스 본사의 제약 총괄 사장이 한국에 왔을 때 호텔로 도복을 들고 찾아가 태권도를 하도록 권했다. 또 지난해 9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 임원 회의가 열렸을 때도 참석한 임원들에게 태권도 연습을 하도록 권유했다. 또 권투 선수가 모델이었던 고혈압 치료제 인쇄물 광고도 태권도 선수로 교체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도 활용토록 하고 있다.

플로레스 사장은 열렬한 한국 가요 팬이다. 올 5월 부임하며 환영 행사 뒤풀이로 직원들과 노래방에 가서 한국 노래를 듣고는 "곡조가 아름답다"며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 뒤 노래방 등에서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직원들에게 꼭 제목을 적어 달라고 해서 CD 등을 구해 듣는다. 직원들과 노래방에 가는 것도 즐기고, 노래방에선 주머니에서 곡목이 적힌 쪽지를 꺼내 직원들에게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자신의 한국 노래 실력은 별로여서 스스로 마이크를 잡지는 않는다.

바이엘 이재원 이사는 "노래방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직원들이 떠나려고 하면 플로레스 사장의 얼굴은 금세 서운한 표정이 퍼진다"고 전했다.

8월 8일 플로레스 사장의 생일에는 직원들이 한국가요집 CD 20여 장을 선물했다. 플로레스 사장은 현재 그 중 한 곡을 택해 올해 송년 모임에서 부르려고 맹연습 중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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