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프란체스카女史 비망록 33년안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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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은「올리버」박사에게 다음과같은 편지를 보냈다.
중공군이 약 1개월전 한국을 침공해 들어온 이래 수천의 인명이 매일같이 전투, 전방의 양측에서 희생되어 왔읍니다.
문자그대로 수백만의 남북한 국민들이 자기네 집에서. 쫒겨나와 들로 산으로 도처에서 방황하며 추위와 굶주림에 무수히 죽어가고있는 판국에 아직도 국제연합은 무의미한 결의안에 골몰하고 있읍니다.

<저항없이 후퇴 거듭>
「맥아더」장군은 상황보고를 국제연합에 보내고 중공군침략에 관하여 국제연합이 자기에게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 알려주기를 요구한 이래 취해야할 방도를 모르고 있읍니다. 이들은 국경선지역으로부터 철수하여 평양·개성, 그리고 서울을 저항도 하지아니하고 양도하였고 이제 적군은수원까지 내려왔읍니다. 개성과 서둘두도시는 거의 비어 있읍니다.
떠날수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남쪽으로 오면 공산당 살인마들로부터 자기들의 생명을 건질수 있겠거니 하는 희망을 안고 남으로 피난온 것인데 적군이 진격해온 지금까지의 속도대로 한다면 그들이 대구와 부산에 도착하는 것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국제연합군은 평양시 외곽에서 한것과 마찬가지로 서울·김포, 그리고 기타장소에서 쌓아놓았던 전쟁물자들을 모두 불태워 버렸읍니다.
서울이남의 다수 전략적위치에 저장되어 있는·미곡들도·적군에 의하여 노획될 위험속에 있읍니다.
그렇건만 불쌍한 우리 피난민들은 국제연합군이 중공군으로 하여금 한반도 전체를 점령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것이라고 믿고 있읍니다.

<적군진격 수수방관>
또 우리피난민들은 국제연합이 아직도 되지도 않는 수작을 지껄이고 있으면서 적으로 하여금 마음대로 빠른속도로 내려오도록 내버려두고 있는것도 거의 깨닫지 못한채 부산이 자기네 생명을 보전해줄 안전한곳이라고 믿고 있는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우다 죽든가, 아니면 우리의 적을 쳐부수고 전멸시킬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들의 결심이며 국제연합은 여기에 반대할 아무것도 없기를 희망합니다.
그들은 이 동란과 같은 세계적 위기를 다루어 나갈 능력이 없음을 입증하였읍니다.
지금이라도 국제연합이 이러한 상장을 구출하기 원한다면「맥아더」장군에게 필요한 무기를 사용할 권한을 주어야 할것입니다.
만일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에 등을 돌려 소련을 지원했다는 비난을 면할수가 없을 것입니다.
1월7일
기상이 나빠서 비행기의 출격이 지연되었다. 북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다고한다.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상11시께 UP의「잭·맥배드」기자가 와서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고싶다고했다. 그는 부산에 임시 설치된 우리정부에 관한 기사를 쓰고싶어하였다.
그는·우리에게 자기는 이곳에 온 단 한사람의 기자라는 것과 그에게는 숙소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였다. 그는 어제 저녁에 책상 셋을 이어놓고 그위에 올라가서 잤으며 미군중에 친구 한사람이 있어 음식을 갖다주었다고 한다.

<왜곡보도할까 걱정>
우리는 그에게 만약 오늘 저녁에 잠자리를 찾지못하게 된다면 우리 도지사가 마련해 줄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매우 언짢아 했고 우리는 그 기자가 일을 함부로 과장해서 우리나라에 해가 될 이야기를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우리측 군대의 연이은 후퇴에 우리는 참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또 왜그렇게 많은 적들을 폭격해서 그들의 진로를 차단해버리지 못하는가를 알수가 없었다.
비행기들은 낮이나 밤이나 출격하고 있는데 적의 인해전술을 저지시킬 형편이 되지 못하는것 같다.
대통령은 청년지도자를 불러 무장이 되든 안되든 약10만명의 인원을 원주로 보내 후방에서 적의 침투를 막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된것은 만약에 이러한 인원이 각각 자기들이 입은대로 간다면 우리 비행기들이 아군임을 식별할수가 없어 적군으로 알고 폭격을 할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군부에서는 어떤대책을 강구해 보기로 합의를 했다.
여러번 논의끝에 그들은 약7만5천명분의 옷을 찾아낼수 있었는데 신어야할 신발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군부에서는 시장에서 살수있는 운동화를 주문하여 신게해서 원주로 갈수있게 하리라는것이다.
미군에서는 처음에 반대가 대단했으나 이제는 찬성하고 있다.
날씨는 몹시 추운데 땔감이 부족하여 피난민들의 고생은 말로 표현할수없이 극심하다.

<날씨추워 더욱 고생>
앞으로 석탄공사에서 연탄을 대량으로 만들어내어 염가로 보급하게 되면 지금보다 연탄값이 훨씬 싸질것이고 연료난도 타소 해소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 내 손가락도 동상으로 여러곳이 부어올라 타이프를 치는데 무척 괴로움을 느낀다.
손과 발에 동상이 걸려 보기는 내평생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은 마늘의 껍질과 대를 삶은 물을 차게해서 나에게 손발을 담그도록 하였는데 나는 이런 치료방법이 마음에 들지않았으나 남편의 뜻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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