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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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화재계의 83년은 내실의 성숙을 다진 한해였다.
떠들썩한 발굴이나 사건은 없었지만 화려한 숙원사업「실현계획」이 수립되고「골동대중화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민간분야에서의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고미술상중앙회의 값싼 골동품판매전시회및 골동백화점개관과 호암미술관의 민화전-.
값싼 골동판매전(서울3회·대구1회)은 새로운「골동품대중화」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고미술품이란 서민으로서는 염두도 못내는 고가품으로 소수특권층만의「향유물」인것처럼 알려진 잘못된 골동인식을 바로잡고「가짜소동」의 어두운 골동거래 이미지를 씻은 것은 이 전시회의 크나큰 수확이었다.
지난 10월말 문을 연 골동백화점(서울 인사동)은 골동품의「정가보증판매제」를 실시. 선진 경매제를 향한 발전과 함께 민속문화재의 인식을 새롭게하는 거리의 골동박물관이라는 명물이 됐다.
민간 사설박물관의 선두주자인 호암미술관이 계획전으로 가진 민화전·이조백자전등은 많은 관람객의 동원을 통해 문화재 의식을 새삼 일깨웠다.
정부분야의 문화재사업은 어느해보다도 화려한 청사진이 펼쳐져 많은 기대감을 갖게했다.
우선 전통문화 공간의 확충을 위한 국악당건립(서울 우면동)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청이전 확장은 문화재분야의 오랜 숙원을 풀어준 알찬 문화사업이다.
중앙박물관 이전사업(83∼86년6월)은 총2백70억원의 국고예산을 들이는 8·15해방후 최대단위 문화재사업이다.
중앙청의 박물관개조 공사비는 올해 23억원이 투입됐고, 내년도 사업비로 60억원이 책정됐다.
국악당건립은 내년도 예산으로 10억원을 확보해「예술의 전당」건립공사와 함께 착공, 86년중반까지 완공할 계획-.
문화재보호협회가 지난 10월초 개설한 전통공예 전수교육관(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형문화재 전수회관내)은 현대화에 밀려 겨우 가느다란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는 중요 무형문화재의 계승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전통생활문화의 발굴, 전승사업으로 추진된 문공부당국의「1도1민속주」개발도 훌륭한 내실사업의 하나다.
전남 악안마을의 민속촌지정·보존은 최초의 정부추진민속촌개발-.
주민들이 그대로 생활하는「살아움직이는 민속마을」이 될 악안민속촌 개발은 기존사설 민속촌과는 차원을 달리할 전통유산으로 크게 기대된다.
86, 88올림픽에 펼쳐 보일「문화올림픽계획」의 확정발표(12월8일)는 63개의 화려한 국내외 전통·현대문화행사를 펼쳐보였다.
중요한 문화재발굴로는 충남예산에서의 백제 삼면석불발견과 신안해저유물 발굴인양이 8년동안의 9차발굴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근 주민신고로 문공부당국의 공식발굴이 시작된 완도앞바다의 고려청자 발굴인양은 l천여점의 유물을 인양했고, 앞으로 더욱 많은양이 발굴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유물의 질은 높이 평가될만한것들이 거의 없다.
전시회로는「한국 고대문화전-신안해저출토문물」의 일본3개도시 순회전(8월2∼12월4일·동경·나고야·후꾸오까)이 26만여명의 관람객을 동원, 일본인들의 한국고대문화 인식을 더욱 심화시켜주었다.
그러나 내년 2월부터의「한국미술 5천년전」유럽순회전시회가 보험금문제등으로 마지막 단계에서 유산된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민속촌개발을 계기로 제기된 민속문화재의 보존문제는 문화재정책의 맹점이 뒤늦게 터진 안타까움을 갖게했다. 문화재의 개발·보존·전승문제는 아직도 관주도가 압도적이고 민간차원의 사업이나 활동은 미미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할 과제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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