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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기치고, 사랑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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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영화 ‘포커스’ 윌 스미스 & 마고 로비 인터뷰

‘포커스’(원제 Focus, 2월 26일 개봉, 글렌 피카라·존 레쿼 감독)는 섹시하고도 짜릿한 영화다. 주인공 니키(윌 스미스)는 기상천외한 소매치기와 사기 실력을 갖춘 매력적 도둑이다. 그를 통해 도둑질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된 제스(마고 로비)는 빼어난 미모와 타고난 대담함으로 단번에 니키의 애제자가 된다. 물 흐르는 듯한 유려한 기술로 행인의 주머니를 터는 니키와 제스의 활약이 흥미진진하다. 돈과 사랑을 모두 거머쥔 듯했던 니키는 돌연 제스를 떠났고, 둘은 3년 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백만장자를 상대로 사기도 치고, 그의 곁에 있는 제스도 되찾아오려는 니키의 고군분투가 아르헨티나의 이국적 풍경에서 코믹하게 펼쳐진다. 영화의 두 주인공 윌 스미스와 마고 로비를 최근 미국 LA 인근 사우전드 오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났다.

-이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렸나.

[사진 `포커스` 스틸컷]

윌 스미스(이하 스미스) 사랑을 이루는 데 있어 거짓 없는 진실한 자세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영리하게 풀어낸 이야기다. 최근 들어 사람들의 진정성이나 인간적 취약함에 대해 흥미가 일었는데, 딱 적당한 순간 ‘포커스’의 시나리오가 내게 찾아와 신기할 정도였다.

마고 로비(이하 로비) ‘포커스’ 시나리오에는 범죄·로맨스·코미디·액션 등 모든 장르를 다 끌어안은 듯한 독특함이 있다. 감독인 글렌 피카라·존 레쿼 콤비와도 꼭 일해보고 싶었다.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2011)와 ‘필립 모리스’(2009) 모두 정말 재미있게 봤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좋아 보인다.

스미스 로비가 제스 역 오디션을 보러 왔을 때 처음 만났다. 크로아티아에서 바로 도착했다는데 짐 가방을 분실했다고 하더라. 잠옷 윗도리, 반바지 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타나 이 영화에 출연할 마음이 없는 줄 알았다(웃음). 그런데 로비가 입을 열어 대사를 하는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케미스트리가 느껴졌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 배우들이 만난다 해도 이런 케미스트리가 없으면 모든 게 허사가 되기 십상인데, 나와 로비에겐 마법 같은 그것이 있었다.

로비 스미스는 모든 면에서 기대 이상이었다. 배우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도 최고의 사람에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에 대한 좋은 평판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구나 싶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촬영한 영상이 활기차고 아름답다.

스미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처음 가봤는데, 영화 찍는 내내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로케이션이 영화의 또 다른 캐릭터가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했다.

[사진 `포커스` 스틸컷]

로비 도시 전체가 생동감 넘쳤다. 그곳 사람들의 에너지가 금세 우리에게까지 전해졌다. 매일 저녁 밤새 놀고 싶은 마음을 누르느라 힘들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배운 소매치기 기술을 실전에 응용해 본 적이 있나.

스미스 영화 자문을 맡은 아폴로 로빈스(‘신사 도둑’이라 불리는 미국의 유명 소매치기 마술사)와 라스베이거스에 갔는데, 그가 ‘실제 물건을 훔칠 때의 기분을 느껴봐야 한다’며 가게에 들어가 아무 물건이나 훔쳐보고 나중에 돌려주자고 하더라. 사람들이 다 알아볼 거라고 했더니 모자에 마스크를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키 188㎝의 흑인이 마스크 쓰고 물건을 훔치는 건 자살 행위라고 말해줬다. 로빈스가 ‘바로 그 스릴이 도둑질의 재미이자 아름다움’이라 하길래 ‘흑인에겐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알아듣게 잘 설명했다(웃음).

-박스오피스 성적에 대한 중압감도 상당할 듯하다.

스미스 ‘애프터 어스’(2013,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흥행 실패 후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나 역시 이렇게 참패할 수 있구나 하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런 일을 겪고 변한 게 있다. 지난 수년간 나 자신을 너무나 괴롭혔는데, 이젠 영화를 만드는 과정 그 자체를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포커스’를 찍는 과정은 그런 면에서 완벽하게 자유롭고 행복했다.

글=사우전드 오크스 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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