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PEC정상회의] "세계화 대세지만 부정적 면도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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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는 선'-'부정적 측면도 봐야'=43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케사다 대통령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긍정적인 점을 강조했다.

폭스 대통령은 "멕시코는 자유무역을 믿고 있다"며 "자유무역은 멕시코에서 고용을 창출했고,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으며, 실업률을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의 소국인 코스타리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경험을 들며 "자유무역은 대.중.소 등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경제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1인당 GDP가 2200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는 페루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도 투자를 통한 빈곤의 퇴치를 강조하며 세계 각국의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반면 태국의 탁신 친나왓 총리는 "사회주의의 가슴으로 자본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며 '인간적인 얼굴을 가진 세계화'를 역설했다. 탁신 총리는 "정부와 기업은 세계화를 기회로 보고 있지만, 많은 사람은 세계화를 자신들의 삶의 가치와 질서를 위협하는 요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도 세계화로 인한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자유화와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시대흐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산업.기업 간 양극화가 고용.소득 간 양극화로 이어지고, 교육과 인적자원 투자의 양극화로 고착돼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무역 확대로 세계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졌으나 국가 간 경제 격차가 발생하는 현상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소리꾼들인 댄스가수 보아, 소프라노 조수미씨, 명창 안숙선씨(왼쪽부터)가 18일 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05 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에서 공연을 했다. 특히 조수미씨는 이번 회의 주제곡 '대항해'를 열창했다. 사진은 17일 있었던 리허설 모습. [연합뉴스]

◆ '다자간 FTA'-'양자간 FTA'=무역 자유화를 앞당기는 방법론을 놓고도 정상들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간 협의가 양자 간 협정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고스 대통령은 "반덤핑이나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는 다자간 차원에서 협의돼야 하는 문제로 양자 간 협정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 간 협정의 강점은 대부분 서로 다르며 원산지 규정 등도 다르기 때문에 다자간 협의로 이런 부분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기조연설 후 기업인과의 질의 응답에서 다자간 협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두 나라끼리 맺는 양자 간 무역 협정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폭스 대통령은 "멕시코는 양자 간.지역 간.다자간 협정 세 가지를 모두 확대하려고 한다"며 "세 가지는 보완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 각국 관심에 따라 '국제 공조' 강조=이웃 국가인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자연 재해에 대비한 국제 공조를 강조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자연재해에 대해 어떤 국가도 지구 공동체 일원으로서 의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동으로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테러보다 자연재해가 더 위협적"이라며 쓰나미.지진.조류 인플루엔자(AI) 등에 국제 공동 대비를 촉구했다.

부산=특별취재단

특별취재단 : 강영진(단장), 안성규,최원기,홍병기,최상연,이현상,권혁주,김원배,서승욱,박현영,정강현,변선구,김태성 기자

부산 주재 = 강진권,김관종,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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