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학부모 아이 초등학교 보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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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은 초등학교 새내기들의 첫 등교 날이었다. 기대와 설렘을 안고 아이와 함께 입학식을 치렀지만 학부모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엄마들은 학교 준비물과 공부를 챙겨야하는 등 신경써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과연 우리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이의 올바른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학부모가 알아둬야 할 정보와 노하우를 알아봤다.

"아이가 도움 청할 때마다 달려가 해결해 주지 말고 잘 못하더라도 격려를"

김은선(36·서울 중구)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아들 민성이(8)가 이번에 입학한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가 자주 말썽을 부리고 성격도 산만한 것 같아 학교에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애 첫 학교생활이 재미있고 즐거워야 다음 학년에 올라가도 무난히 적응할 수 있다. 특히 초등 1학년 때는 생활 자체가 공부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뒷받침해 줘야 학교 적응이 수월해진다.
 
부모 시범 보면서 배우도록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려면 좋은 습관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아이가 학교에서 물건을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집에 있는 장난감이나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정리정돈할 때는 치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부모가 시범을 보여주며 함께 정리하면 도움이 된다. 외출 후에는 습관적으로 손을 깨끗이 씻고, 옷을 벗어 정해진 곳에 놓은 뒤 새옷으로 갈아입도록 한다. 가방은 일정한 장소에 놓도록 하고 준비물 챙기는 방법과 식사 후 그릇 치우는 연습도 필요하다. 아이가 도움을 청할 때마다 달려가 도움을 주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신발끈 묶는 법, 단추 잠그는 법, 우유 갑 여는 법 등을 알아가면서 아이는 혼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아이가 학교에서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만 갈 수 있고 세면기와 변기가 유치원과 달라 사용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휴지가 없거나 바지 지퍼를 잘못 내리고, 옷에 오줌이 묻는 등의 일을 사소하게 여기지 말고 체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하교 후 학교 화장실을 데려가 당황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가 갑자기 학교를 가기 싫다고 하면 부모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 그럴 땐 아이에게 직접 대답을 요구하기보다 담임 선생님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교실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변사물과 친구들의 움직임을 잘 살피도록 주의시켜야 한다.
 공개수업은 가능하면 참석하는 것이 좋다.단체생활에서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서윤(안양동초) 교사는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가정에서 챙겨주면 아이가 낯선 학교생활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다”며 “평소 자신의 의견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자주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학교생활 자세히 물어보길
초등학교 시절은 친구와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는 시기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부모들의 걱정은 커진다. 친구가 많으면 사회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친구가 많은 것과 사회성은 큰 관련이 없다.
 대부분의 아이는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지않고 남의 입장을 고려해 어울릴 방법을 찾아낸다. 반면에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관계 맺는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부모는 평소 아이가 친구들과 어떻게 노는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생활이 궁금하면 상황을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말과 행동이 답답하다고 훈계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감정을 추스르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아이의 학습을 돕기 위해서는 교과서 내용을 미리 봐두면 좋다.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될지 알고 있어야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교재를 한 권 더 주문해 집에 두고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학의 경우 선행학습을 한다면 교과서 수준의 연산을 암산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는 책 내용에 대해 대화하며 언어능력을 키워주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을 수 있게 유도할 수 있다. 받아쓰기는 많이 반복하지 말고 서너 차례 또렷한 목소리로 낱말을 읽어 준다. 교육전문기업 ‘아이스크림 홈런’ 최형순 초등학습연구소장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챙겨주면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태우 기자 ktw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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