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울려 퍼진 '애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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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6일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이 독일 초연됐다. 리오 삼바달이 지휘하는 베를리너 신포니커와 칼 포스터 합창단은 몇 달 동안의 훈련으로 익힌 한국어로 애국가를 불렀다.

"동해물과 백두사니 마루고 달토록…."

16일(현지 시간)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 때아닌 '애국가' 합창이 메아리쳤다. 한국어 발음은 완벽하지 않았으나 1943년 작곡가 안익태(1906~65) 선생이 베를린에서 발표했던 '애국가'의 감흥이 숙연하게 재연됐다. 베를리너 신포니커(음악감독 리오 삼바달)와 칼 포스터 합창단이 안익태 선생의 '한국 환상곡'을 연주한 것. 총 4부로 구성된 '한국 환상곡' 전체가 베를린에서 연주된 건 처음이다. '애국가' 합창은 '환상 환상곡'의 3부에 들어있다.

이날 연주는 독일 정부가 선정한 '2005년 한국의 해'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과 함께 무대에 올려진 '한국 환상곡'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합창단은 여름 휴가가 끝난 9월 말부터 현지 한국 유학생의 지도로 한글 발음을 익혀왔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휘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태생 리오 삼바달(55). 1997년 베를리너 신포니커 음악감독에 부임했던 그는 현재 슬로베니아 방송 교향악단, 베를린 멘델스존 플레이어스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공연 직전 무대 리허설을 마치고 나오는 그를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세계 각국의 국가를 후세의 작곡가들이 작품의 테마로 쓴 적은 있지만 작곡자가 직접 콘서트용 음악으로 만든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저는 전후 세대이지만 유대인으로서 이 작품에 담긴 한국의 역사에 많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환상곡'은 호른.타악기 등 각 악기군의 음색을 적절히 배치한, 매우 극적인 서사 음악입니다."

삼바달은 현대음악 연주에 매우 열성적이다. 또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곡가다. 2001년 코리안 심포니 객원지휘자로 초청받았을 때 베토벤의 협주곡.교향곡과 함께 우종갑의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 '오호타령'을 연주했었다.

66년 창단한 베를리너 신포니커는 현재 베를린에 있는 8개 교향악단 가운데 가장 젊다. 베를린에 있는 교향악단으로는 베를린 필하모닉(음악감독 사이먼 래틀.1882~),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음악감독 마렉 야노브스키.1923~),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음악감독 켄트 나가노.1946~), 베를린심포니(음악감독 엘리아후 인발.1952~) 등이 있다.

베를리너 신포니커는 지금까지 179회의 무료 악기 레슨을 하는 등 청소년 음악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클래식 확산을 위해 입장료도 저렴하게 받고 있다. 칼 포스터 합창단과 함께 오라토리오.레퀴엠 등을 연주해오고 있다.

베를리너 신포니커는 다음달 아시아 순회공연에 나선다. 한국에서는 12월 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8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0일 김해 문화의전당,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 다섯 차례에 걸쳐 '한국 환상곡''합창 교향곡' 등을 들려준다. 베를린 공연에 출연한 칼 포스터 합창단, 소프라노 카티야 비어, 알토 한나 볼슈레거, 테너 알렉산더 란트그라프, 바리톤 아사프 레비틴 등도 내한한다. 02-599-5743.

베를린=글.사진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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