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한국인 비자 면제 적극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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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주 불국사를 방문한 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불국사 합창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단원들은 부시 대통령 내외를 위해 '청산은 나를 보고' 등을 불렀다. [경주=로이터]

천년의 신라 고도 경주를 찾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1시간5분의 정상회담 및 오찬, 불국사 관람 등을 통해 4시간 동안 '노타이' 차림으로 친교를 나눴다. 두 정상 간 회동 중 가장 긴 시간이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6월 워싱턴 회담 이후 5개월 만이다.

회담장에서 양국 취재진을 향해 악수 포즈를 취한 두 정상은 배석자 소개에 앞서 "다시 한번 악수합시다"라는 노 대통령의 즉석 요청에 따라 재차 손을 잡았다.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 재조정, 용산기지 이전 등 주요 동맹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린 노 대통령의 지도력을 다시 한번 평가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병으로 평화 회복과 경제 재건에 기여해 준 데 대해 재삼 감사한다"고 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에 대한 도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 등에 대한 인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중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해 어떤 무력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는 언급을 두세 차례 강조했다고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전했다.

이어진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아름다운 나라"라는 말로 시작해 "헬리콥터를 타고 오면서 한국의 번영이 매우 풍요로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을 통해) 두 나라 사이에 6자회담을 성공시킬 방법에 아무런 이견이 없고, 북한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고 말한 뒤 부시 대통령을 바라보며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호응을 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신중한 대북 인권 접근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에 앞장서면 아메리카가 분열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링컨은 연방의 통합을 우선 순위에 두고 통합을 이뤄 가면서 점진적인 노예 해방 정책을 추진했었다"고 말했다.

두 정상 내외는 이어 전통 한식으로 오찬을 하며 경제.사회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동맹국인 한국에도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는 한국 측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배석한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비자 면제 문제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라이스 장관은 "9.11테러 이후 의회에서 비자 면제 프로그램 규정이 상당히 강화됐다"며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반 외교부 장관은 추후 "한국은 비자 면제 기준 중의 하나인 비자 발급 거부율이 3.2%로 3%의 자격 요건에 근접해 있다"며 "양측이 면제 프로그램을 위한 로드맵을 조속히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한반도와 동북아 침략의 역사를 상세히 설명했다. 일본의 신사참배 문제점을 환기시킨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경청한 뒤 "아시아 주요국들이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반 장관은 전했다.

경주=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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