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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김치」이용 늘고 연탄 사재기 사라져|급변하는 도시가정의 월동풍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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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시가정의 월동 풍습이 바뀌었다. 김장을 담그는 양이 크게 줄었고 김치공장의 「상품김치」나 쇼핑센터등의 인스턴트김치용 소량으로 사가는 가정이 늘어났다. 연탄도 연례행사 이다시피하던 사재기가 없어지고 필요에 식생활과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겨울을 나는 풍속이 최근들어 급격히 변모되고 있는 따라 그때그때의 소요량만 사가는 바이어즈마킷으로 바뀌었다 도시생활이 핵가족화 되고 것이다. 이를테면 월동풍속은 경박단소추세다.
특히 아파트 입주자들이 늘어나고 온실 재배등을 통해 4계절 내내 신선한 배추나 무우가 공급되자 김장철이란 개념도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김장
김장시장에서 배추·무우가 눈에 띄게 덜팔렸다.
지난달10일부터 개장해 이미 전체매상의 97%가량이 팔려나간 서울시내의 2백40개소 김장시장의 배추·무우 판매량은 지금까지 44만2천2백20t. 지난해 같은 기간 45만3천14t보다 2%가량 줄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인구증가(82년 8백%만명·83년 9백18만명 서울시 집계)를 감안해보면 한사람당 실질적인 김장용 배추·무우 소비량은 훨씬 더 줄어든 셈.
농수산부가 짠 올해 김장수급계획을 보아도 한사람당 소요량은 51·7kg 지난해의 52·9kg. 81년의 58·3kg에 비하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에따라 김장시장도 예년의 활기를 잃었다. 용산시장의 경우 한참 김장철인 12월초 하루 1천7백40여t가량의 배추·무우가 반입되었으나 하루 판매량은 이의 60%를 못미쳤다는 상인들의 말이다.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예년에는 1가구당 배추를 평균 50포기 정도 사들여갔으나 요즘에는 보통 20∼30포기로 절반 가량이 줄어들었다는 것. 용산시장에서 김장감을 사간 조정숙부인(34서울 마포구 성산동 258)은『겨울에도 신선한 배추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한꺼번에 많이 담글 필요가 없어 18포기만 샀다』고 말했다.
이같은 「김장이변」속에서 최근 김장공장의 「상품김치」와 쇼핑센터등의 「인스턴트김치」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현재 서울에 10여개소가 있는 김장공장은 김장철인 11월초부터 일손이 달릴 정도로 주문이 쇄도, 지난해보다 주문량이 30%정도 늘었다. 진미식품의 경우 지난80년부터 주문김장을 판매해왔는데 81년에는 5백10가구, 지난해에는 2천8백가구, 올해에는 6천여 가구가 상품김치를 사들여갔다. 요즘은 매일 40∼50건의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백화점 쇼핑센터에서 파는 절인 배추와 양념등「인스턴트 김장」도 수요가 크게 늘었다. 경기도이천에 대규모 공장을 갖고있는 한양쇼핑센터의 경우 80년부터 판매를 시작해 81년에 5만포기, 지난해 15만포기를 팔았으나 지난10일로 끝난 올 대목에는 40만포기를 팔았다.
연탄
가수요의 일종인 사재기가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의 경우 올월동기(10m∼3월)의 연탄수요는 6백80만t. 업계에 따르면 이중 2백만t가량이 10월초부터 12월초까지 2달동안 꾸준히 팔려나갔다. 예년 같으면 9월초∼10월초까지 한달 사이에 집중 매기가 이루어져 지난해만해도 이기간에 서울에서 1백35만t가량이 팔려나갔으나 올해는 매기도 한달가량 늦춰졌고 사재기에 따른 폭발적 수요도 아직은 없다.
따라서 연탄직매소에서 트럭 한차분씩 연탄을 사가던 「사재기」모습도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대성연탄 서울 창동 대리점의 나병길씨는『요즘 하루 1백여장씩이 꾸준히 팔러나가고 있으며 차떼기하는 예는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때 극심했던 연탄파동으로 기름과 연탄을 겸용하는 보일러시설이 늘어나면서 굳이 연탄을 쓰지 않더라도 겨울을 날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고 연탄을 1천여장 이상씩 쌓아둘 창고를 경비한 대형주택이 줄고 있는것도 한 원인으로 꼽을수 있디.
게다가 올해는 물량공급이 비교적 풍족해 사재기를 부채질하던 요소도 반감된게 사실이다. 연탄도 이젠 셀러즈마킷에서 바이어즈마킷으로 시장형태가 달라졌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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