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요금 병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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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택시요금 거리시간 병산제라면, 흔히 눈살부터 찌푸린다. 사실상 요금인상이기 때문이다.負擔이 느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야 어디있겠는가.
언젠가 본사의 참자조사에서 57%가 이 제도에 반대한 것은 그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택시요금법산제는 시민의 부담가중이란 측면만을 놓고 생각할 일은 아닐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 제도의 실시로 택시의 난포·과속운전을 막고 도심지의 교통체증을 완화시키는 것 말고 시민들의 택시지호도를 줄여 택시승거난을 완화하는 효과도 볼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서울의 교통혼잡은 세계에서 단연 으뜸이라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워의 도심지를 통과하려면 택시기본요금 거리인 2km에 20,30분씩 걸리는게 보통이다.
지하도공사를 비롯해서 전화공사·전기공사는 그렇다 치고 영문을 알 수 없는 교통차단은 또 얼마나 잦은가.
게다가 몇몇 예외를 뺀 대부분의 법인택시는 이름만의 월급제를 실시하고 있어 운전사들은 7만원 가까운 수납금을 내기 위해 하루평균 17시간씩은 일을 해야한다.
사정이 이러면서 현행요금제를 고집하는 것은 교통체증으로인한 부담을 운전사만이 지고 있는 꼴이 된다. 그것이 승객의 입장에서도 떳떳지 못한 일임은 분명하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택시운전사들이 과속으로 달리고 교통법규를 자주 위반하는 주요원인의 하나가 극도로 나쁜 운전사들의 근로여건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금년의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작년에 비해 22·4%가 늘었다. 작년에는 하루평균 l7명이 사망하고 3백39명이 부상한 것이 금년엔 21명 사망에 부상자가 4백32명이나 된다. 줄기는 커녕 도리어 늘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교포사고의 천국」이란 오명에도 우리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물론 교통사고의 원인을 간단히 가리기는 어렵다. 운전자들의 자질이나 소양뿐 아니라 도로사정이나 제도와도 관련이 있고 그런 모든 요인들이 복합되어 일어나는 것이 교통사고다.
따라서 어떤 처방이 보다 나은지를 가려내는 일은 결코 쉽지않을 뿐더러 막대한 돈이 투인 되어야 한다.
다만 그 한가지 방법으로 요금범산제와 운전사에 대한 고정월급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 온 일들이다.
일본의 경우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는 70년의 1만6천7백65명을 고비로 서서히 줄어들었다. 70년을 1백으로 칠 때 72년은 95, 74년은 64로 그 지사가 떨어졌으며, 79년은 70년의 절반인 50을 기록 하고있다.
일본에서 요금병산제가 실시된게 71년, 다시 월급제가 실시된게 73년 인 것을 생각하면 제도개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있다.
월급제가 실시된 다음해인 74년의 사고사망자가 전년대비 마이너스 21·6인것은 특히 눈길을 끌게한다.
택시가 대중통수단인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우리의 택시요금이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싼것은 인정해야 한다. 기본요금 6백원은 미국의 시내버스요금 1달러(8백원)에도 못미치는 액수다. .
요금이 싸니 가령 광화문에서 광교까지 택시를 타고가는「얌체족」도 있어 도심지 교통체증은 가중된다.
택시의 난폭운전·파속운전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볼 때 병산제는 기실 시작에 불과하다.
일본의 선례에서 보듯 병산제에 이어 명보상부한 월급제를 실시해야만 비로소 운전사들의 마음도 느긋해져 교통질서나 규칙을 지키게 되고 따라서 사고설도 훨씬 줄어든다고 믿어도 된다.
택시요금범산제는 국무총리가 의원장인 교통정책심의회에서 84년에는 실시한다고 방침을 정한 사항이다.
총리가 바뀌고 교통부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새삼스레 84년중순께 실시할 것 을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어쩐 일 인가.
더우기 민정당이 바로 선거의 해인 85년부터 실시한다고 한 저의가 무엇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일이다.
택시요금병산제나 고정월급제는 운전사만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를 놓고 왜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이 미루기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동경만도 자동차가 3백40만대인 일본에서 작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9천73명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쟁고가 많다고 법석을 떠는터에 전국을 통틀어 자동차 74만대인 나라에서 한 해 약7천6백여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16만 명이 부상을 당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있어야 하는 것인지….
최근의 택시요금 인상움직임을 보면 병산제보류의 주요이유였던 시민부담 가중이란 것도 한낱 구실에 불과했던 것 같다.
우리가 보기엔 택시요금병산제를 더 이상 미룰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좋은 정책 필요한시책이라면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해도 밀고 나가는게 정부로서의 떳떳한 자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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