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습진 김장철에 잘걸린다-국홍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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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장철인 요즘은「주부습진」이라고 불리는 피부질환이 많은 계절이다.
손가락의 안쪽이 가렵고·뻘겋게 되면서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해 손가락사이나 손바닥 전체로 번져 쓰라리고 갈라지며 갈라진 틈새로 피까지 비쳐 보이는 주부환자들이 해마다 이맘때면 크게 늘어나는것이다. 이것이 주부습진이라고하는 접촉성(자극성) 피부염의 증상. 이같은 증상은 주로 주부들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30∼40대의 주부나 물일이 많은 음식점 종업원에게 많으며 20대 미혼 여성에게서도 가끔 볼수있다.
이화여대피부과 국홍일교수로부터 주부습진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이대부속병원의 경우 82년 한해동안 피부과를 찾은 외래환자(신환) 1만4천4백24명 가운데 주부습진으로 진단이 내려진 환자는 1백87명으로 전체의 1.3%였다고 한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크게 늘어나는데 금년 12월의 경우 첫l주간 3백69명의 외래환자가운데 13명(3.5%)이나 될 정도로 그 숫자가 늘었다.
주부습진이란 가정에서 생활을 꾸려가는 주부들이기 때문에 겪어야하는 여러가지 자극에 의해 생기는 비전염성 염증인 습진의 일종으로 정의할수있다.
즉 물·합성세제등 일상생활가운데서 손에 반복적인 자극이 가해져서 피부가 상하게되는 병이다.
날씨가 차지면서 악화되는것은 겨울이 되면 피부가 생리적으로 약간의 휴식기에 들어가 지방 샘이나 땀샘의 분비가 저하되고 따라서 지방막 형성이 잘되지 않음으로써 피부의 외부자극에 대한 방어기능이 약화되는데 여기에 주부습진의 주자극 요소인 물일이 김장철에 특히 많아지기 때문이다.
손을 물에 오래 담그거나 손에 물을 적셨다 말렸다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피부의 침과 손상이 일어나고, 또 여러가지 자극물질이 피부에 흡수되어 정상적으로 있어야할 표면 지방막이 파괴되면서 손끝과 손바닥 피부의 수분과 지방이 점자 줄어들면서 건조해진다. 이렇게되면 피부가 가렵고 벗겨지며 갈라지는 증상을 보이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지문의 윤곽이 흐려지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하며 손바닥에 주름살이 생기고 좀더 심해지면 손등이나 발바닥에까지 이런증상이 나타나는수가있다.
더 오래 경과되면 각종 합병증이 오게되는데 손톱주위가 붓거나 아프고 염증이 생겨 곪거나 손톱이 두꺼워지고 부스러지는 상태에까지 이르게된다.
이러한 주부습진을 일으키게 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으로는·장시간 계속 반복되는 물일외에도 각종 세제·비누·염색약·고무장갑·스테인리스 그릇 마늘·양파·생강·고춧가루등과 양념류등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극성 물일과의 접촉을 피하는것이 예방과 치료의 기본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일을할때 고무장갑을 착용하는것이 가장좋은 방법이 되는데 국박사는 잘못하면 고무장갑 자체가 주부습진의 원인이된다며 주의사항 몇가지를 이렇게 든다.
▲고무장갑을 낀 상태에서 손에 땀이 나거나 열을 받는것은 비누나 세제의 직접적인 자극만큼이나 해로울수 있으므로 고무장갑은 약간 헐거운 것을 선택하고 안에는 반드시 면장갑을 끼도록 하되 면장갑에는 땀을 흡수할수 있는 베이비 파우더나 옥수수가루등을 뿌린다.
▲고무장갑을 낀채 30분이상 작업을 하거나 뜨거운 물에 넣는것도 땀을 생기게하므로 피해야한다.
고무장갑을 쓰지않을 경우에는 또 손을 너무 자주 씻거나 너무 오래 담그지 않도록하며 물도 가급적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도록 하고 손을 씻은 후에는 가볍게 두들겨 완전히 닦아내고 건조시키되 심하게 문지르지 않는다.
비누도 피부를 자극하지 않는 순하고 부드러운것을 사용하도록 하는데 유아비누는 자극이 적기때문에 피부염이 심하지 않는 한 사용해도 무방하다.
주부습진의 초기증상에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하루 2∼3회 바르고 습기를 흡수시키는 요소연고를 갈이 바르면 효과가 좋은데 자극물질과의 접촉에 주의한다면 치유가 잘된다. 합병증이 있는 경우는 거기에 맞는 약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병원에 오는 환자의 경우는 아예 치료를 포기했거나 잘못된 약제에 의한 자가치료로 상태가 더 나빠져 대개 치료기간이 3∼4개월 걸리게 된다는것이 국교수의 임상경험이다.
물일등은 주부들이 피할수없는 가사이므로 주부습진의 병력이 있거나 현재 진행중이라면 자극물질에의 접촉은 물론 샴푸할때에도 장감을 끼고 밤에 잘때에는 콜드크림이나 영양크림, 또는 로션을 바른 후 면장갑을 끼고 잠자리에 드는등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있어야만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는얘기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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