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양현종, 괴물 류현진 따라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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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왼쪽부터 김광현, 류현진, 양현종.

프로야구 SK 김광현과 KIA 양현종(이상 27)이 각자 다른 방법으로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둘은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변화를 주고 있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롤 모델은 역시 류현진(28·LA 다저스)이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땀 흘리고 있는 김광현은 서클 체인지업을 새 무기로 꺼냈다.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과 140㎞ 안팎의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는 그는 미국 스카우트들로부터 “구종이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의식해 지난해 느린 커브를 섞었는데 비중은 크지 않았다.

 김광현은 “MLB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체인지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캐치볼을 할 때도 체인지업 그립을 잡고 던지는 등 새 구종을 손에 익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즌 초 얻어맞더라도 체인지업 비중을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직구처럼 날아오다 살짝 가라앉는 체인지업은 땅볼 유도에 적합하다. 2년 전 MLB가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 움직였던 것도 국내 최고의 체인지업에 매료돼서였다. 김광현이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진다면 투구수를 줄일 수 있고, 더 많은 이닝을 버틸 수 있다. 김광현의 또 다른 목표인 시즌 200이닝 투구도 결국 체인지업의 성패에 달려있다.

 메이저리그 포스팅(입찰)에 실패할 경우 일본 프로야구를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김광현은 “일본을 거친 뒤 미국으로 갈 생각은 없다. 젊을 때, 서른 살 전에 메이저리그로 가서 오래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2년 뒤 FA(자유계약선수)가 되면 미국에 재도전하겠다는 의미다.

 김광현은 지난 겨울 포스팅에서 최고 입찰액(200만 달러·약 22억원)을 써낸 샌디에이고와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FA가 되어 이적료가 없어지면 MLB 진출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다. 김광현이 체인지업 장착에 성공해 200이닝을 기록한다면 “메이저리그가 날 잡지 않을 걸 후회하도록 만들겠다”는 그의 말이 실현될 것이다.

 김광현은 오키나와에서 이미 최고 시속 147㎞의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반면 양현종의 움직임은 매우 신중하다. 훈련을 충실히 하되 피칭은 아끼고 있다.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하프피칭을 한 뒤 실전등판 없이 동료들보다 나흘 이른 28일 귀국했다. 함평의 2군 캠프에서 체력훈련을 계속할 예정이다.

 양현종은 “매년 개막전에 맞춰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었다. 100%를 쏟아내며 시즌을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한 시즌 동안 힘을 안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서두르지 않고 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종이 MLB 진출에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약한 체력 때문이었다. 지난해 전반기(10승5패 평균자책점 3.56)에는 리그 최고의 피칭을 했다가 후반기 기록(6승3패 평균자책점 5.79)이 뚝 떨어졌다.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지 못해 게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그는 한여름에도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예년보다 한 달 정도 페이스를 늦추고 있다. 3월이 돼서야 실전 피칭을 했던 류현진과 비슷한 전략이다. 양현종은 “내가 좋을 때(4~6월) 피칭을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나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김기태 감독님이 ‘네 생각대로 해봐라’며 맡겨주셨다”고 말했다.

  오키나와=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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