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 걸린 아이, 우유 줄이고 섬유질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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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제 막 직장에 복직한 다섯 살, 세 살(14개월) 딸아이를 둔 직장맘입니다. 첫째 딸이 변비가 심해 걱정이었는데 둘째도 비슷해 고민입니다. 변을 누기가 힘들어 배가 부어오르고 얼굴이 새빨개져 우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응급실에 가서 관장을 한 적도 많습니다. 유산균을 먹여도 듣지 않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배지영 기자

A. 변비의 가장 흔한 원인은 적은 식사량입니다. 분유를 많이 먹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세요. 이유식을 시작해야 할 시기에 우유로만 열량을 보충하는 아이에게 변비가 잘 생깁니다. 이유식을 매끼니 다른 걸로 맛있게 요리해 식사량을 늘려가면 우유량이 줄고 변량이 많아집니다.

간식을 많이 먹는 것도 원인입니다. 조금씩 자주 먹으면 충분한 변이 만들어지지 않아 항문쪽으로 밀고 나갈 수 없습니다. 세끼 한번 식사시 많은 양을 먹어야 합니다.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흔히 생후 4개월부터 사과주스를 먹이는데, 녹즙기로 짠 즙만 있는 주스는 변비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단, 사과를 생으로 갈아 줄 경우 섬유소가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에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바나나는 칼로리가 높아 다른 식품의 섭취량이 줄기 때문에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외 통밀이 아닌 국수·식빵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섬유소가 많이 든 고구마·브로콜리·시금치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면 좋습니다. 특히 브로콜리는 변비로 인한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단,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할 때는 그만큼 물을 더 먹여야 합니다(아이 몸무게 ㎏당 60mL). 수분이 부족하면 식이섬유가 물을 머금지 못해 그대로 딱딱해져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킵니다. 따뜻한 손으로 배를 시계 방향으로 둥글게 문질러 주고 뭉친 부분을 풀어주면 장 운동도 활발해집니다.

만약 3~4일 변을 보지 못하고 항문 주위를 자극하는 데도(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겨봄) 아이가 힘들어 하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막힌 변을 무르게 하는 약을 넣은 뒤 손가락을 넣어 변을 빼냅니다. 항문 주위가 찢어지면 통증 때문에 변을 더 보지 않으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관장하는 게 좋습니다. 유산균은 2~3개월 정도만 먹입니다. 장복시 스스로 유산균을 만드는 능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방법을 써도 변비가 개선되지 않고 2주 이상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선천적 장 이상증(거대결장증), 갑상샘기능저하증인 경우 변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배지영 기자

도움말=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승 교수, GF소아청소년과 손용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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