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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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컴퓨터시대를 맞아 컴퓨터를 이용한 범죄를 처벌하는 특별법제정 움직임이 구체화 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은행·보험회사등 모든 금융기관과 정부각부처 및 대기업등에 컴퓨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국가기밀·산업정보의 누출, 대형금융사고의 사전예방을 위해서 컴퓨터범죄만을 처벌하는 특별법제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제정을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2일만해도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예금주도 모르게 5백만원이 빠져나갔다고 해서「이변」으로 보도되었지만, 이런 유형의 컴퓨터범죄는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이다.
지난7월 일본경찰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컴퓨터법죄는 여섯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부정데이터의 입력, 데이터나 프로그램의 부정입수, 컴퓨터의 파괴, 컴퓨터의 부정사용등 네가지 유형은 12년전부터 30건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현금자동지불 시스팀을 악용한 이른바 CD범죄만 해도 지난6년동안 한해 평균 5백건씩이 적발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에서는 프로그램을 변조한 횡령사건이나 자기테이프를 파괴, 한꺼번에 대량의 기록올 빼내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도의 지능을 동원해서 저지르는 컴퓨터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현행법궤계의 미비로 컴퓨터범죄에 대해 응분의 처벌을 할수 없다면 이런 유형의 범죄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산업정보가 입력되어 있는 컴퓨터에서 몰래 데이터만을 프린트해서 훔쳐냈을 때 현행 형법상 처벌근거는 유형의 재물인 종이 한장을 훔친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는 법리다.
컴퓨터의 발달로 데이터정보가 세밀화함에 따라 중이 한장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정보가 들어갈수 있는데 단순히 종이 한장을 훔친 절도죄로만 다스린다는 것은 큰 모순이라고 할수밖에 없다.
따라서 컴퓨터범죄를 예방하려면 처벌근거가 되는 법체계를 마련하는 일과함께 검찰행정의 전산화, 수사요원의 컴퓨터 전문교육등이 요청된다.
그러나 컴퓨터범죄는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첨단 과학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므로 단순히 법체계의 보완만으로 예방할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앞으로 제정될 컴퓨터 범죄에 관한 법률은 무엇보다 전반적인 소프트웨어(이용기술)의 관리를 보호한다는 기본인식을 갖고 입법을 해야겠다는 뜻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컴퓨터관계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 일본통산생은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법적으로 보호한다는데 중점을 두고 입법조지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패캐지된 컴퓨터 프로그램의 작년 년간 수보출액은 3천억엔, 기계에 붙여서 판것까지 합하면 5조엔에 이르고 있는데, 프로그램을 전자적으로 복사하기가 쉽기 때문에 무단사용을 둘러싸 분쟁이 많이 일고 있다.
현재 계류중인 분쟁은 형사사건 10건을 포함해 44건에 이르고 있다. 원고측의 대부분은 화면에 나오는 영상을 저작물로 보고 저작권법을 이용하거나 소비자에게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고 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을 원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의 명확한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감안, 통산생은 저작권이나 특허권과는 별도로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설정키로 하고 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소프트웨어 권리법」의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걸어 정보처리하는 권리』로 규정하고 사용권의 유효기간은 15년내지 20년, 등록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개발자의 허가를 필요로하며 처벌규정도 둔 것이 법안의 주요골자다.
컴퓨터를 움직이는 방정식인 소프트웨어는 개발비가 컴퓨터이용관계비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개발자측이 비공개 조건부프로그램을 등록할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권리를 지키도록 하고도 있다.
다만 공공목적을 위해 필요한 때는 감독관청이 프로그램의 제3자 사용을 명령할수 있도록 (강제허락)하여 권리의 보호와 사회의 수요를 조화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선진국인 일본의 입법내용은 우려에게도 많은 참고가 된다.
소프트웨어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법은 제정되고 운용되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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