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올림픽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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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의 문화올림픽 종합계획이 공개되었다. 앞으로 3년 혹은 5년을 남겨둔 두 체육행사와 함께 치르게 될 문화행사들이다.
그 계획은 『선진문화한국의 저력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획기적 청사진으로 제5공화국의 문화창달 의지』나 담고 있다.
이번 두 대회를 통해 안정·평화·개방의 새 국가상을 전세계에 심는다는 다분히 국가홍보적인 노력들이 유의되고 있다.
때문에 그 계획은 한국 전통문화 예술의 소개가 중심이 되며 한국문화의 역사와 우수성을 부각하고 부가적으로 국제문화 행사를 두는 것으로 구성되어있다.
그것은 일견 당연한 계획으로서 나라의 주체성을 과시하며 아울러 세계인의 상호 이해를 돋보이게 하는 구성자체의 타당성을 확인하게 한다. 사실 올림픽은 힘과 기의 스포츠제전만은 아니다. 여기에 문화예술의「미의 제전」이 부가됨으로써 성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올림픽발상 초기의 유풍이며 전통이다. 고대올림픽의 발상지 올림피아 유적에는 경기장인 스타디움도 보이지만 제우스와 헤라신전등 건축·조각·회화로 장식된 그리스미술의 일대 전시장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시인·문사들의 모임이나 학자·정치인의 토론장이 있었으며 연극의 제전도 거기에서 열렸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쿠베르댕」은 그 고대 그리스의 전통을 이어 올림픽이 민속·문학·미술·음악의 제전이 되어야한다고 갈파한바 있다.
그러나 그 고대올림픽의 문화행사전통은 점차 변모해 왔으며 그것은 런던대회 때의「역사와 예술과 관련된 스포츠전」개최, 동경대회의「예술전시」중심행사로 나타났다.
그 변모는 곧 올림픽문화행사가 꼭 스포츠와 관련된 것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브런디지」회 이념이다.
주최국의 특색을 나타내는 그 나라의 예술을 충실하게 나타내주는 행사면 된다는 원칙이다.
때문에 동경대회 때는 일본전통 공연예술인 가무기 등 공연예술과 일본 고미술전·근대일본명작전등 모두 10종목 행사를 가졌다.
그것은 곧 올림픽문화행사가 주최국의 독특한 문화예술 전시장이 된다는 점을 단적으로 시사한다.
그 점에서 정부의 문화올림픽 계획이 우리 전통문화 예술의 과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원칙상 옳다.
하지만 그 원칙은 우리문화의 역사·전통성만을 강조하는 것이어선 안되며 충분한 예술적 우수성이 과시될 수 있는 내용으로 엄선되어야겠다.
뿐더러 그것은 오늘의 우리문화 예술발전에 중요한 기폭제 구실을 할 수있는 내실이 있어야 할뿐더러 미래의 국제화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자랑할 수 있을만한 내용이어야겠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계획이 보여주듯이 국가기관과 그 산하 단체들이 주도하는 행사가 전체행사 64개중 대부분인 57개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말의 우려감을 낳고 있다.
흔히 정부주도 행사들이 운영의 정직성과 외형중심주의 때문에 내실을 잃을 위험이 클 뿐 아니라 민간 전문인들의 적극 참여를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많은 행사를 치르려고 하는 것도 결코 좋은 일은 못된다.
질적으로 차원높은 문화예술은 그리 흔한 것 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연례적인 행사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의 공연·행사라면 차라리 없는 면이 낫다.
더구나 행사시설이 될만한 문화공간의 확보라든가 생활문화의 측면들인 전통음식·민속주·민속품등의 개발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민족의 잔치요 인류의 제전인 이 행사를 더욱 보람있는 것으로 하기 위해 해외 한국인 예술가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하는 노력이다.
문화올림픽은 이제 한국인의 문화예술 역량을 충분히 과시하는 것이어야 할뿐 아니라 민족화합의 보다 근원적인 힘을 전시하는 마당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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