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엔 환율 급락 870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연일 급락(원화가치 급등)하고 있다. 원-엔 환율은 15일 100엔당 870원 선까지 미끄러져 1998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6일째 내림세 지속해 달러당 103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국제적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엔화.유로화 등에 대해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원화에 대해선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장중 한때 100엔당 870선 아래로 내려간 뒤 전날에 비해 9.08원 하락한 870.0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31.6원까지 밀려난 뒤 전날보다 3.3원 떨어진 달러당 1034.5원에 마감됐다. 반면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해 달러당 118엔을 웃돌았다.

이처럼 달러화 가치가 국내에서만 약세를 보이는 것은 달러화 공급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이닉스반도체의 해외채권 발행으로 달러화가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된 데다 수출 호조로 대기업들이 달러화를 시장에 계속 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세로 돌아선 것도 달러 공급 과잉을 부채질하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으로 기업들은 일본의 자본재와 소재 등을 싼값에 수입할 수 있어 일본 이외의 시장에 수출하는 반도체.자동차 등의 업종에는 오히려 이득이 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일본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하는 중소 식품 업체나 농가들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하종수 원-달러 팀장은 "한국이 세계적인 달러 강세 기조에서 벗어나 있으나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일시적 수급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동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