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논술방우리들의수다] 영어공용화는 발전 가져올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신경림 선생님의 시 '소백산의 양떼'는 우리나라의 영어편중 사태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틀린 시다. 우리는 개에게 허겁지겁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쫓겨 다니는 양떼가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의지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공용화는 우리에게 세계시장의 확보와 관광사업의 발달이라는 선물을 줄 것이다. 영어를 쓰는 세계시장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다.

빈부격차가 심한 우리나라에서 영어공용화가 언어소통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공용화가 무엇인가. 한국어와 영어를 같이 쓴다는 것 아닌가. 빈민층과 고소득층은 대화를 할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혼돈이란 거의 있을 수 없다. 또 많은 사람이 한글은 한국의 혼이 담겨 있기 때문에 혼을 저버리면 한국 국민은 국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글자나 언어도 한낱 '상품'일 뿐이다. 공급과 소비의 관계를 깨뜨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한자.이두.훈민정음을 차례대로 써보다가 훈민정음이 가장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에 그것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결국 '상품'은 우리가 편하기 위해 쓰는 것일 뿐이다.

더 편한 것이 있다면, 더 이익이 많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는 그것을 택해야 한다. 즉 영어만 공부해도 세계와 대화가 가능하다. 영어 공용화는 한국의 질주를 막는 장애물을 치워 줄 것이다.

김원중 (용동초6년)

*** 총평

논리 치밀하지만
생각 더 깊이해야

초등학생 또래의 어휘력을 능가하는 단어들을 구사하고, 너무나 확신에 찬 어조가 놀랍다. 분명 칭찬할 만하다. 또 반대 측 의견을 예상하고 반론까지 쓰는 논리의 치밀함도 좋다.

그런데 세상이라고 하는 동전의 한쪽 면만 봐 안타깝다. 동전에는 앞면도 있고 뒷면도 있다. 앞면을 보았으면 뒷면도 볼 줄 알아야 좀 더 완벽한 논리가 나오고, 더 나아가 그 논리가 사람들의 가슴과 머리를 움직일 수 있다. 다음 문제들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기를 권한다.

① 문자.말.사람.역사.예술 등등 모든 것은 상품일 뿐일까. 그 전에 사람에게는 영혼, 문자에는 집단의 기억, 역사에는 시간의 퇴적층, 예술에는 작가의 열정 등이 있지 않을까. 과연 그것들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 ② 무조건 편리와 이익만을 좇는 게 정말로 행복하고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살고 싶을까. 속도와 물질숭배시대에 사람들은 오히려 왜 '느림의 철학'에 빠지고 '노자의 빈 그릇 철학'이 유행할까. ③여러 나라 언어학자들이 창제 역사를 유일하게 알 수 있는 한글에 놀라며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한글로 사라져가는 세계 여러 소수민족의 말을 기록해야 한다고 왜 주장할까. ④'생물다양성, 문화다양성이 지구를 아름답게 한다'라는 말이 왜 나올까.

이승은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

다음 주제 '지식인의 삶'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초등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주 30명을 골라 학림논술아카데미 연구원.강사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다음 주제=보기글 ㉮에서 허생은 '글을 아는 사람(지식인)들이 모든 불행의 뿌리이기 때문에 좋은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먼저 허생의 생각과 행동이 옳은지, 틀린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한 뒤 그 까닭을 쓰세요.

보기 글 ㉯를 참고해 '배운 사람은 어떻게 사는 게 참된 삶인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세요. (600자 ±100)

*보기글 ㉮와 ㉯는 인터넷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의 '초등 주제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