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현안 놓고 주민 100분 토론 … 광주 광산구의 직접민주주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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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광주송정역을 호남고속철도를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어상품이 개발돼야 합니다.”

 지난 25일 광주시 광산구청 7층 대회의실. 주민 130여 명이 마주앉아 진지한 눈빛으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광산구가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광산 100인 참여단’ 회원들이 처음으로 연 회의였다.

 평범한 주민들로 구성된 참여단은 광산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현안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주로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송정역 활용 문제와 외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발전 등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회의 결과를 전달받은 구청 측은 이날 논의 내용에 대해 즉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주민들이 직접 구정을 챙기는 주민 참여단 활동이 광주에서 시작됐다. 연령이나 성별과 상관 없이 모인 ‘광산 100인 참여단’ 133명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임기 2년 동안 구정에 직접 참여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게 된다.

 활동 분야는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교통·건축, 자치·행정, 문화·복지, 환경·안전 등 5개 분과다. 각자 관심이 있는 분과에 소속돼 분기별로 1~2차례 담당 분야 현안들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구정에 도움이 되거나 참고할 만한 의견들은 광산구의 조례와 해당 사업들에 적극 반영된다.

 ‘광산 참여단’은 주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을 해결하는 주민배심원으로도 활동한다. 다음달에는 공동주택 입주자 대표회의를 둘러싼 갈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대표회의가 주민들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자리다. 주민 윤순정(44·여)씨는 “공무원들의 고유업무로 인식돼온 구정에 시민으로서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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