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숙박 필요 없어요" 동네공원서 영어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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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 교사와 놀이를 하며 영어를 배우는 영어체험공원이 14일 서초문화예술공원 내에 문을 열었다. 개장식에 참석한 유치원생과 교사들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공원을 걷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 서초 영어체험공원이 14일 문을 열었다. "캠프.숙박 위주로 운영하는 기존 영어마을과 달리 누구나 매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영어 학습장"이 서초 영어체험공원의 운영 목표다. 서초구 양재 시민의 숲에 1200평 규모로 마련된 영어체험공원은 5개의 실내 체험 시설물을 비롯한 야외 시설을 갖추고 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해 고양이.동굴.토끼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시설물에서는 영어로 인형극.과학실험 등을 할 수 있다. 영어를 쓰며 공예를 배우고 영어를 쓰는 나라의 축제 등을 경험해볼 수도 있다.

시설물 사이사이에는 사과.버섯 모양 등의 의자와 멀티미디어를 설치해 아이들이 놀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경찰.마술사 등 원어민 교사들도 곳곳에 배치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들은 모두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로 선발했다. 주말에는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주중에는 단체 위주로 받기 때문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www.alicepark.co.kr, 02-2058-0505). 공원은 시간당 300명으로 적정 입장 인원을 제한하며 시설물에는 15~20명이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는 1인당 5000~1만원 선으로 예정돼 있다.

이날 개장 소식을 들은 시민 500여 명이 영어체험공원을 찾았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김진희(40.서울 서초동)씨는 "아이들이 원어민 교사와 대화해 볼 수 있다는 말에 둘러보러 왔다"며 "수업에 집중하기 힘든 학교보다 신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영어로 과학 수업을 받는 시설인 '시계방'에서 인형극을 본 현웅규(서울 서원초 3)군은 "아직 덜 지어진 것 같지만 완성되면 매일 와서 놀고 싶다"고 말했다.

영어체험공원은 체험 시설물 5개 중 3개의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외부 바닥도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개장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최근 비가 많이 내려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4~5일 내로 정상 개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영어체험공원 내 시설을 '불법 건축물'로 규정해 마찰이 예상된다. 공원 안에 짓는 건축물에 대해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도 불법으로 건축물을 지었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최광빈 공원과장은 "지난달 25일 공사 중지명령을 내렸다"며 "건물을 철거하고 원상복구 하지 않으면 다음주 도시공원위원회 검토를 거쳐 조남호 서초구청장을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공원 안 시설은 건축물이 아닌 조형물"이라며 "시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남호 구청장은 "젊은 예술가들이 디자인해 만든 예술작품이고 그 안에서 영어를 가르치려는 것일 뿐"이라며 "변호사에게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자문도 마친 상태"라고 반박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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