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 근평' 한발 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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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이수일 위원장은 11일 연가투쟁 연기를 발표하면서 "교육부는 불합리한 기존 근평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현행 근평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교원평가 시범사업에 참여할 뜻도 나타내고 있다. 당초 교원평가와 중복되기 때문에 현행 근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기존 입장에서 다소 물러선 것이다. 근평이란 교장.교감이 개별 교사를 상대로 하는 평가며, 교사가 교감 등으로 승진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행 근평 중 전교조와 한국교총이 바꾸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대목은 ▶근무성적 반영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교장.교감에 의한 일방 평가에서 다면 평가 포함▶상대평가('수'는 20%, '우'는 40%, '미'는 30%, '양'은 10%)에서 절대평가 반영 등이다. 평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하려면 대략 25년이 걸리는데 23년간 신경 쓰지 않다가 최종 2년 동안만 근무 성적을 챙기면 되는 점, 교사가 승진을 위해 교장.교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점 등을 고치자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이 정도의 개선에 그치자는 입장이지만 전교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현행 근평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최종적으로는 근평 점수를 바탕으로 한 승진제도를 없애자는 것. 전교조 주장대로 하면 20여 년 경력을 채우고 승진을 눈앞에 둔 교사가 기득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4일 "교원에 대한 근평과 교원평가제는 상당 기간 병행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CBS FM라디오 '뉴스 레이더'에 출연해 "몇십 년 동안 40만 명의 교원 인사와 승진에 적용해 온 근무평정 제도를 아무 대안도 없이 그냥 폐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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